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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수 급락에 따른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 투자 대가들은 현 증시 상황에 대해 “수급 꼬임과 레버리지 부작용이 만든 극단적 하락세로, 바닥 근방에 가까워진 만큼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공포에 짓눌려 패닉셀에 나서기보다 냉정한 펀더멘털 분석과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 바닥 근처에 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수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 대가들에게 긴급 진단을 의뢰한 결과, 이들은 최근 폭락장으로 코스피지수가 바닥 근처에 있는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사람들이 공포심에 주식을 못 살 때가 바닥의 징후”라며 “중국 반도체 굴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며, 지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야 할 때”라고 했다. 박 회장은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올 들어 처음으로 매수 구간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최근 급락 원인과 관련해서는 “1년간 두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6~10배 오른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며 “외국인 단기 매매 등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있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곧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독 한국 증시만 낙폭이 커진 원인으로는 반도체주 쏠림과 그에 따른 단일종목 레버리지 등으로 인한 수급 꼬임을 꼽았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레버리지가 반도체 주가 상승률을 증폭시킨 반대 작용이 나오는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 천천히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레버리지 출시 때문에 더 빠르게 올랐고, 역으로 빠질 때는 더 빠르게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지수가 14개월 만에 네 배 넘게 오르는 등 세계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라며 “상승장에서 의미 있게 비중을 줄인 주체가 없었고, 여기에 레버리지까지 결합하며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코스피지수가 바닥 구간에 진입한 만큼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비정상적인 수급 꼬임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론과 불과 30억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는 등 낙폭이 과도해졌다”며 “반도체 투톱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이익을 내는 등 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곧 바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랠리를 펼칠 모멘텀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 등 3분기 이후 발표될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이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금리, 유가, 환율 등 매크로 변동성은 용인 가능한 범위 안에 있고, 주도 산업의 구조적 변화나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훼손도 없다”며 “시세에 흔들리지 말고 ‘실적과 멀티플’이라는 확실한 기준을 세워 투자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고점 돌파엔 신중론다만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많았다. 김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려면 반도체가 고점을 뚫어줘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며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4분기부터 30%에서 10%대로 꺾일 수 있다”고 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아직 수급 안정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성급한 V자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순매수 전환, 반대매매·레버리지 청산의 진정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자본지출 지속 가능성과 투자수익률, AI 생태계의 순환금융 우려, 중국 반도체의 부상은 아직 판단 근거가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면밀히 검증해야 할 리스크”라고 했다.
투자자의 대응 방법으로는 반도체주 분할 매수와 바벨전략(주도주와 저평가주를 함께 담는 투자법)을 추천했다. 이 의장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반도체 업종은 3.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밸류에이션상 지나치게 많이 빠진 만큼 현시점에서는 분할 매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 비중을 유지하되 내수주도 함께 담아야 한다”며 “화장품, 백화점, 금융 등을 함께 들고 가면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험해 보지 못한 변동성 장세로 한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저평가가 심해졌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는 이익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전예진/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