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집단대출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남권 초고가 분양단지를 포함해 어디까지 총량 규제의 예외로 인정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기존 분양계약자의 입주와 재건축 사업을 지원해야 하지만, 예외 범위를 넓히면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이른바 ‘강남 로또’ 아파트 대출까지 총량 관리 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서다. 초고가 주택 규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 배치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잔금대출이 예외 우선순위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잔금, 중도금, 이주비 등 집단대출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취급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관리를 강화한 측면이 있는 만큼 협의를 통해 합당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검토 대상은 입주 시점에 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잔금대출이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기존 대출 규제에 따라 분양계약을 맺은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졌다. 잔금대출은 기존 중도금대출을 갈아타는 대환 성격이 강해 상당 부분이 이미 가계대출 총량에 반영돼 있다. 금융위로서는 가계부채 관리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쟁점은 초고가 단지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다.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방배동 디에이치방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22억원대였지만 현재 시세가 35억원을 웃돈다. 주택 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가 도입되기 전 분양된 단지인 만큼 잔금대출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은 규제가 적용돼 가구당 잔금대출이 2억원 안팎에 그치지만, 시세차익이 커 ‘로또 분양 단지’로 불린다. 이 같은 초고가 단지의 잔금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면 큰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수분양자의 대규모 대출까지 예외로 인정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고가 단지를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취급하더라도 잔금대출의 담보가치를 최초 분양가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입주 시점 감정가를 적용하면 분양 이후 오른 시세가 담보가치에 반영돼 담보인정비율(LTV) 범위에서 대출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은행권 회의에서도 이런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주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뒷받침하면서도 시세 상승분이 추가 대출 여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제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신규 대출은 총량 부담 커신규 중도금·이주비대출은 대부분 새로 실행돼 가계대출 총량에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후분양 단지는 분양부터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중도금 납부 일정과 대출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될 수 있다. 예컨대 서울 반포동 디에이치클래스트는 총 5007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1803가구에 달하는 후분양 단지다. 예정대로라면 중도금대출은 내년 초부터 입주 시기인 11월까지 집중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은 대단지는 기존 총량 안에서 취급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별도 취급하면 강남 고가 단지에서 발생하는 수조원대 신규 대출이 가계부채 관리 대상에서 빠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주비 대출은 제한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담보평가 기준을 종전 주택이 아니라 재건축 후 신축 주택 가치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규제지역 LTV 40%와 가구당 6억원 한도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평가 기준을 바꿔 이주비를 6억원 한도에 가깝게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강남권 고가 주택 조합원의 대출 한도까지 추가로 늘려 또 다른 논란이 되는 것은 피하기 위해서다.
조미현/장현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