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가구 1위, 단기 손실까지 감수…구독 사업 확장 이유? [현장+]

입력 2026-07-29 18:11

국내 사무가구 1위 기업 퍼시스가 구독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장의 영업이익 악화와 현금흐름 부담 또한 감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빨라진 기업 조직 변화에 맞춰 사무공간을 유연하게 바꾸려는 기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퍼시스는 29일 서울 여의도동 퍼시스 비즈니스 허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무가구 렌털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가구를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간 재배치, 유지 관리, 회수까지 전 과정을 퍼시스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가구는 느린데 조직 개편은 빨라져…구독 시장 뛰어든 이유 다만, 퍼시스는 구독 사업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함철우 퍼시스 부사장은 "(구독 사업은) 사실 단기적인 성과로 보면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소위 1등 기업에 맞는 전략이냐는 질문도 여전히 듣는다"고 말했다.

구독 사업은 일시 판매와 달리 대금을 3~5년 계약기간에 나눠 회수해 초기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렌털 가구의 유지관리, 회수,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퍼시스가 구독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기업간거래(B2B) 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조직 개편은 빠르게 일어나지만, 사무공간을 바꾸는 과정은 예산 편성과 업체 선정, 기존 가구 처분 등을 거쳐야 해 몇 주, 몇 달이 걸린다.

퍼시스는 조직 변화 속도와 사무공간 변화 속도의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구를 한 번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방식보다 필요할 때마다 교체하거나 추가·회수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함 부사장은 "제조업부터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1위 기업이라 가능한 서비스"라며 "단기적으로는 분명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 고객의 요구와 시대 흐름에 맞는 사업"이라고 자신했다.LG전자도 선택한 퍼시스 '구독'…"마치 산지 직송 서비스"
퍼시스는 기존 유통업체 중심의 렌털 서비스와 차별화에도 나선다. 일반적인 유통 렌탈은 제품 공급, 유지 관리, 고객 응대를 담당하는 주체가 각각 다른 회사로 분리되어 있다. 이와 달리 퍼시스는 제품 공급부터 설치, 유지관리, 계약 종료 후 회수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진다. 오문용 퍼시스 사업전략팀장은 "마치 산지 직송 서비스"라며 "제조사가 직접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가격 또한 기존 유통 렌털사 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렌털 시장에서는 일시 구매가보다 40% 정도 높게 책정되지만, 퍼시스는 각기 다른 할인 플랜을 제공해 20~30% 정도만 높다는 설명이다. 1000만원 상당의 가구를 구독하면 계약기간 동안 내는 이용료는 1200~1300만원인 셈이다.

퍼시스는 구독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전, LG전자, 대학내일 등 기업을 대상으로 테스트베드를 운영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공용공간 관리와 대규모 가구 교체, 계열사 간 비용 배분 등에 구독 방식을 활용하려는 수요를 확인했다.

이에 고객 범위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전체 법인으로 확대했다. 실제로 LG전자와 대학내일은 구독 계약 체결까지 이어졌다.



박정희 퍼시스 대표는 "퍼시스는 가구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고객이 최고의 근무환경을 유지하도록 돕는 오피스 운영 서비스 기업이 될 것"이라며 "고객은 본업에 집중하고 오피스의 보이지 않는 복잡성은 퍼시스가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