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보증 설테니 우리 제품 사라"…유가 하락에도 반도체주 약세[박신영의 개장전 요것만]

입력 2026-07-28 02:01
수정 2026-07-28 02:20





1. 엔비디아의 오픈AI 금융지원 논란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2500억달러 규모의 금융보증을 추진하는 데 이어 AI 반도체 구매를 위한 추가 금융지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SK그룹과 5000억달러 규모의 한국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까지 추진하면서 관련 투자 규모는 총 7500억달러를 웃돌 전망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오픈AI가 아직 대규모 적자를 내는 비상장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오픈AI가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엔비디아가 지급보증에 나서면 오픈AI는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다시 엔비디아의 GPU 구매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 뒤 자사 제품 수요를 만들어내는 ‘순환 금융’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실제 AI 수요와 투자 규모가 금융지원에 의해 부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2. 중국 반도체·AI 굴기 가속…CXMT 충격파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커촹반)에 27일 데뷔했습니다. CXMT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 기준 중국 1위 기업에 오르며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과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ASML의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미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존재합니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심자외선, DUV 장비를 여러 차례 활용하는 SAQP 공정과 반도체 장비·소재의 국산화, 자체 EUV 기술 개발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첨단 장비를 직접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기존 장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공정 단계를 늘려 미세화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생산비용과 불량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내수시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AI 분야에서는 문샷AI가 대표 모델 ‘Kimi K3’의 가중치를 공개하며 오픈소스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저렴한 비용과 개방형 생태계를 앞세운 중국 AI 모델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시장 구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딥시크에 이어 문샷AI의 등장이 미국 AI 산업에 또 다른 ‘스푸트니크 쇼크’를 안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과거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가 미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듯이 문샷AI가 미국의 AI 투자와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하는 ‘문샷 모먼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3. 키옥시아 ETF까지 반도체 변동성 우려

여기에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홀딩스의 주가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ETF 최소 9개가 미국 증시 상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미국에 상장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키옥시아 주가는 최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고점 대비 약 53% 급락할 정도로 이미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거나 반대로 2배 역추종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 장 막판 기계적인 매수와 매도가 반복되면서 주가 움직임이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수급 파동은 키옥시아 한 종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키옥시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의 업황과 주가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키옥시아의 주가 급등락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흔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글로벌 자금이 키옥시아에 집중될 경우 그 여파가 마이크론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 뉴욕증시의 반도체주로 빠르게 번질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기계적 수급이 반도체 업종 전체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4. 뉴욕증시, 안도 랠리로 출발했지만 반도체주는 일제히 약세


뉴욕증시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이 약 2주간 이어온 이란 공습을 이틀 연속 발표하지 않고, 이란도 미국의 공습 중단에 맞춰 보복 작전을 멈추면서 중동 긴장이 완화된 데 힘입어 장 초반 안도 랠리로 출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적 대응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한다고 언급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주는 시장의 반등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오픈AI 금융지원에 따른 AI 버블 논란과 중국 반도체·AI 기업들의 추격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AI·반도체 업종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오픈AI와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 금융 논란은 현재의 AI 반도체 수요가 최종 이용자의 실제 수요보다 금융지원에 의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중국 CXMT와 문샷AI의 부상은 미국 반도체와 AI 기업들이 누려온 높은 성장성과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했습니다.

또 일본 키옥시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9개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키옥시아의 높은 주가 변동성이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매매를 통해 증폭되고, 그 여파가 마이크론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모두 확전을 자제한 배경에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해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Fed의 긴축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란 모두 FOMC를 앞두고 유가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일시적으로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의 새 최고지도부가 핵무기 개발에 더욱 적극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중동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경우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5. 트럼프, 60개 교역국에 새 관세 부과…장기 정책화 신호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10% 임시 기본관세를 종료하고 60개 교역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시행했습니다. 시장은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 발표 때와 달리 상당 부분 예상했던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최근 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관세를 강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긴장 등 지정학적 상황이 미국 경제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서도 추가 관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세를 더 이상 일시적인 협상 카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장기적인 산업·재정·통상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서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보복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상대국의 산업정책과 규제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관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중동발 유가 상승과 결합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Fed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거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6. 29일 FOMC 개최…“신임 Fed 의장, 대체로 처음엔 매파”

미국 중앙은행(Fed)이 현지시간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최근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금리 동결과 인상을 둘러싼 Fed 내부 논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할 가능성을 68.5%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31.5%입니다. 인상 확률은 하루 전 37.4%보다는 낮아졌지만, 일주일 전 16%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준입니다.

금리 인상 요인과 동결 요인이 혼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Fed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적어도 높은 수준에서 동결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이후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졌습니다.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Fed 내부에서도 매파적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인 2%로 지속해서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현재는 고용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총재 모두 이번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경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이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이 취임 초기부터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임 Fed 의장으로서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 데다,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도 억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워시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 국채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Fed가 직접 결정하는 것은 초단기 정책금리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회사채 금리 등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은 장기 국채금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시장이 Fed의 금리 인상을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로 받아들이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장기 국채금리도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2004년부터 기준금리를 1%에서 4.75%까지 연속 인상했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Fed의 금리 인상이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장기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서 장기금리가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4년 중반 6.34%에서 1년 뒤 5.47%로 하락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