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교수 "美 정·관계 협력 모범생 쿠팡, 韓선 아쉬운 행보"

입력 2026-07-28 18:01
수정 2026-07-28 19:37

“쿠팡은 오랜 기간 미국 정치권 로비에 투자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왔지만 국내에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김진형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사진)는 28일 인터뷰에서 “비시장 전략이 기업 안팎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시장 전략은 품질·가격·마케팅 등 시장 내부 요인이 아니라 정부·의회와의 소통, 규제 대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포괄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비시장 전략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영학자로 손꼽히는 김 교수는 최근 부산대의 초청으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 현장서 찾은 ‘시장 밖 경쟁’1998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 교수는 2002년 졸업한 뒤 이듬해 공군장교로 임관해 보급부대를 이끌었다. 제대한 2006년 다국적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올리버와이먼 서울사무소에 입사해 국내에선 잘나가지만 해외 시장에서 제도·규제의 벽에 부딪혀 고전하는 기업을 다수 목격했다.

이런 경험은 기업의 성패가 제품뿐 아니라 조직 구조와 현지 정부와의 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미국 유학을 택한 그는 2010년 컬럼비아대 석사에 이어 201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시장 전략에 관한 연구(Essays on nonmarket strategy)’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이 2018년 미국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하며 신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2017년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종신교수(테뉴어)로 승진했다.

김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기업 간 품질과 가격 차가 줄어들수록 ‘시장 밖 경쟁’이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글로벌 빅테크가 워싱턴DC에 사무실을 두고 로비스트를 다수 고용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는 “기업이 정부·지역사회와 쌓은 관계, 대외적인 평판과 신뢰, 정책 정보 및 대응력이 가격·기술 못지않은 경쟁 자산이 되고 있다”며 “제품과 기술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사회적·인적·정치적 자본은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 “단기 접근보다 지속 투자”김 교수는 쿠팡의 차별화된 행보에도 주목했다. 한국에 주사업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한 미국 법인으로서 워싱턴 정가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데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비는 정치인에게 돈을 주거나 부당한 청탁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 산업계 정보와 의견을 정책 결정자에게 전달하는 합법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라며 “쿠팡은 미국 제도와 규범에 맞는 형태로 자신의 이익을 방어해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쿠팡이 정작 한국에선 정부·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정부와 국회, 지역사회에 대한 책무에 소홀한 측면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이 소송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만 일시적으로 로비 인력과 비용을 늘렸다가 차후에 다시 줄이는 데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그는 “국내 기업은 로비와 기업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비시장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만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는 신뢰와 정보망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은정진/사진=이솔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