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나 살았는데 쫓겨날 판"…강동·송파에 무슨 일이

입력 2026-07-29 07:00
서울 강동·송파구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단지에서 최장 20년의 거주기간 만료를 앞둔 입주민이 분양 전환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들은 급등한 전셋값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지만 서울시는 당초 공급 원칙과 신규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는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전환 불가’가 명시돼 있다. 입주 당시부터 명시된 계약조건을 사후에 변경할 경우 정책 신뢰도가 흔들리고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 시민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부터 거주기간 만료 본격화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권익증진위원회 송파파인타운 지회는 지난 11일 입주민 설명회를 열고 계약 연장과 단계적 분양전환을 서울시에 공식 요구했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민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인 보증금을 내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2007년 도입돼 최초 입주자의 거주기간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끝난다. 서울시가 계약이 만료된 주택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장기전세 유형인 ‘미리내집’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기존 입주민들이 대응에 나섰다.

강동구 강일리버파크와 강일리엔파크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단지 입주민은 “시세 10억원인 집에서 보증금 3억원만 돌려받고 나가야 한다”며 “20년 만기 문제는 단지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최장 거주기간이 끝나는 가구는 내년 310가구에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로 늘어난다. 2031년에는 417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정책 신뢰 위해 원칙 지켜야”입주민들은 20년 가까이 거주하는 동안 주변 전셋값이 크게 올라 새로운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퇴거하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장기전세는 처음부터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전환 불가를 전제로 공급한 만큼 사후에 조건을 바꾸면 공공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조건에 따라 이미 퇴거했거나 다른 주거지를 마련한 기존 입주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계약이 끝난 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 무주택 가구 등에 다시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입주자의 거주기간을 늘리면 다음 세대의 입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기간 원칙은 기존 입주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 거주 기간은 주거비를 절감하며 자산 형성과 자립을 준비할 기회다. 거주 기간이 끝난 뒤에는 해당 주택을 다음 무주택 시민에게 공급해 주거 안정의 기회를 순환시키는 게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본 원칙을 유지하되 고령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