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이어 日 추리소설 대부 무너뜨린 침묵의 살인자

입력 2026-07-27 19:29


일본 추리소설 대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출판사 고단샤는 27일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7월 23일 새벽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장암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히가시노는 1958년 2월 4일 오사카부에서 태어나 오사카부립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방과 후', '비밀',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내놓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돼 선보여졌을 만큼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팬덤이 탄탄한 소설가였다.

매년 신작을 발표할 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왔던 히가시노가 대장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일본 매체들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날 "대장암은 혈변이나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있는데,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 아키타 케시로, 엑스재팬의 베이시스트 히스,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 등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유명 배우와 가수,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국내 연예인으로는 방송인 허참, 개그맨 김철민, 가수 길은정,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유상철 감독 등도 대장암을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배우로는 영화 '블랙팬서'의 채드윅 보스만 등이 대장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로 불린 펠레 역시 2021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암세포가 타 장기로 전이돼 투병을 이어가다 2022년 12월 사망했다.

대장암은 말 그대로 대장에 악성 종양인 암세포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대부분 용종(폴립) 형태에서 시작해 암으로 진행된다.

대장암의 약 5~15%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표적으로 가족성 용종증(FAP)과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이 있다. 하지만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와 소시지·햄 등 가공육의 과다 섭취, 정제 탄수화물 및 고지방 식습관이 가장 큰 대장암 요인으로 꼽힌다.

정제 가공식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대장 내 담즙산 분비를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켜 용종 및 암 발생률을 높인다. 여기에 비만, 운동 부족이 이어지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체내 만성 염증 수치를 높여 대장 점막 세포의 변이를 유발해 발병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대장 점막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며, 흡연은 대장 용종 발생 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

대장암의 치료법은 암의 진행 정도(병기), 위치(결장암 또는 직장암),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암이 점막층에만 국한된 매우 초기(0기 및 일부 1기)에는 내시경을 통해 암 부위만 절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2기만 돼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암 치료가 병행된다.

대한직장암다학제위원회가 2026년 2월 대한대장항문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국소 진행성 직장암의 임상진료지침'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장암은 한국에서 흔한 악성 종양으로, 전체 신규 암의 약 12%를 차지하며 그중 직장암이 40%를 차지한다. 최근 직장암 발생률은 소폭 감소했지만, 50세 미만 환자의 조기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젊은 인구층에 대한 선별검사 및 치료 전략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대장암 5년 상대 생존율은 2000년대 초 54%에서 최근 74%로 크게 향상됐지만, 병기에 따라 생존 결과는 크게 다르다. 특히 2기 또는 3기 국소 진행성 대장암 환자의 20~35%에서 수술 후 재발이나 원격 전이가 발생하여 보다 적극적인 치료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앤드루 챈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미임상종양학회 저널에 발표한 '젊은 연령층에서의 대장암 발병률 증가 추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최근 식습관의 변화로 50세 미만의 젊은 대장암 환자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발견 당시 진행성(3~4기)인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장암은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의 약 80% 이상이 아무런 신체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침묵의 암', '침묵의 살인자' 등으로 불린다.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장의 가장 안쪽 층인 점막층과 점막하층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 신경(통각 신경)이 분포하지 않아 용종(폴립)이 자라거나 암세포가 대장 벽을 뚫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종양이 커지더라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커져 대장 내강을 막거나, 혈관을 침범하여 출혈을 일으키거나, 신경이 있는 대장 장막층 외부로 뚫고 나갈 때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소화불량, 복부 팽만, 빈혈, 만성 피로와 설사, 잔변감과 복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특히 직장암의 경우 혈변, 배변 후 심한 잔변감, 배변 시 통증이 특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