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이냐 '제2 한강의 기적'이냐…한국에 경고 쏟아졌다

입력 2026-07-27 20:00
한국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 등 각종 장벽을 뛰어넘고 현재의 초호황을 이어가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수출 강국’에서 ‘생태계 강국’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양적 생산에 의존하는 기존 제조업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핵심 기술과 표준을 먼저 확보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산업의 길목을 장악해 세계 경제가 한국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제2 한강의 기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CSIS는 최근 ‘수출국 또는 생태계 강국: AI산업 시대 한국의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이 수출 7097억달러(약 1041조원), 무역수지 780억달러(약 114조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액은 역대 최대이고, 무역수지 흑자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1734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CSIS는 이런 지표가 한국 산업계에 드리운 위기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대중국 수출이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018년 997억달러(약 146조원)에서 2025년 196억달러(약 29조원)로 80% 이상 급감했다. 나빈 기리샹카르 CSIS 경제안보기술부 부문장은 “중국 기업이 가전, 배터리, 석유화학, 전기차 등 주요 산업군에서 한국 제품을 대체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인 미국의 견제도 우려스럽다. 미국은 제조업 재건 정책을 앞세워 한국 기업에 관세 압박과 현지 생산거점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선 낮은 출생률이 문제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0.75명)을 기록하는 등 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삼중 위기에 대해 CSIS가 내놓은 해법은 생태계 강국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자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표준과 인증 시스템, 플랫폼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세계 AI산업의 길목을 틀어쥐어야 한다는 뜻이다. CSI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한국 기업은 세계 HBM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한국을 찾아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의 테네시 희토류 가공 사업, 한화그룹의 조선해양 및 방위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의 자본력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연금(NPS)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의 주요 투자기관이 1조5000억달러(약 2070조원) 규모의 국부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첨단기술 공동펀드’ 등으로 빅테크를 보유한 우방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 기술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CSIS는 “한국은 세계 경제가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