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 고원 티베트에…의약품·와인단지 일군 中

입력 2026-07-27 17:32

해발 4000m의 거친 고원에서 중국 티베트가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의학, 도자기, 와인, 양봉 등 고유 자원을 현대식 생산 시설과 관광 산업에 접목해 소득 및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자와 기반시설 확충, 복지·교육 지원까지 맞물리면서 티베트는 고원 특화 산업을 통한 ‘성장 실험’에 들어갔다.

기자는 한국 신문사 중 유일하게 중국 정부 초청을 받아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티베트를 방문했다. 외국 매체에 좀처럼 열어 보이지 않는 티베트에서는 고원 지대의 지리적 특수성을 산업·관광과 결합해 주민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티베트 라싸에 있는 전통의약품 기업 티베트간루짱야오가 대표적이다. 티베트 의학은 오랜 세월 한의학, 인도 의학 등 주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고원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맞게 발전해왔다. 간루짱야오는 이 같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수은을 비롯한 광물성 원료를 여러 천연 재료와 함께 가공해 약재로 만드는 쭤타이 제련 기술이 단적인 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화에 성공해 안정적이고 일관된 품질의 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뇌혈관 질환에 적용할 여러 신약이 티베트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지대에 서식하는 소의 일종인 야크 뼈를 활용한 고급 용기도 생산한다. 과거에는 폐기되던 야크 뼈를 활용해 일반 골질 자기보다 희고 투명하면서 매끄러운 그릇을 제작하고 있다. 라싸에는 관련 기업들이 입주한 기술개발구가 가동되고 있다.


와이너리와 양봉도 티베트가 힘을 싣는 분야다. 평균 해발 3620m에 자리한 파주와이너리는 고원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 관광·숙박을 결합한 시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포도밭’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극한 환경을 경쟁력으로 전환한 사례로 얘기된다.

일교차가 20도를 넘고 자외선이 강한 환경은 포도가 스트레스를 받게 해 안토시아닌(항산화 물질) 함량을 다른 지역 대비 6~12배로 끌어올린다. 높은 고도의 강한 자외선이 천연 살균막 역할을 하며 병해충 발생을 낮춰 유기농 재배가 가능하다.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와 장기적으로 협력해 고원 환경에 최적화된 재배 기술을 확립하고 독자 품종 개발에도 성공했다. 누적 생산액만 2억위안(약 433억원), 와인 생산량은 200만 병 이상이다. 연간 매출은 2000만위안을 웃돈다.

양봉 기업 예반펑성은 고원 양봉, 벌꿀 제품 가공, 생태관광과 체험학습을 연계한 융복합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을 50여 곳에서 양봉 사업을 하고 있다. 해발 약 3700m 고원에 있어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이 고품질 벌꿀 생산으로 이어진다. 고원의 강한 자외선과 큰 일교차 때문에 벌꿀 농도가 높아지고 수분 활성도가 낮아졌다. 맛과 향이 독특하다는 입소문이 나며 연간 생산량이 120t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현대식 벌꿀 생산라인을 구축해 제품 품질과 식품 안전을 확보했다. 뒤이어 약 2000만위안을 투자해 13만3000㎡ 규모 꿀벌 문화 테마 생태체험원을 조성했다.

티베트 관계자는 “고원 자원을 현대 산업과 관광에 접목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