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력기기 호황에 전력 테스트도 풀캐파…글로벌 기업들도 찾아온다"

입력 2026-07-27 16:30
수정 2026-07-27 16:51
지난 24일 찾은 충북 청주의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 대전력실험실. 실험대에 연결된 차단기에 정상 전류의 수십 배 수준의 고압 전류가 흐르자 펑 소리와 함께 아크(전기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차단기의 레버가 자동으로 내려가면서 전류가 차단됐다. 합선 사고가 생겨 초고압 전류가 발생할 때, 차단기가 막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차단기가 불량이면 고압 전류가 흐를 때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의 PT&T는 배전반과 차단기, 변압기 등 전력기기의 핵심 성능을 자체 검증하는 기관이다. 국내 유일한 민간 연구소로 세계 6위권 규모의 전력 시험 인프라를 갖췄다. 이날 시험소에서는 마이너스 20도~80도 등 극한의 온도나 지진, 강한 전자파 등에도 이상이 없는지 등 시험이 진행됐다.

LS일렉트릭은 1999년 PT&T를 설립했다. 주력 제품인 배전기기는 제품의 성능을 국제 규격에 따라 검증하고 국가별 인증을 획득해야 수주 및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성한 PT&T 원장은 “현재 국내외 시험소에 시험 예약을 해도 시험을 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 년이 걸린다”며 “자체 시험소가 있으면 개발 초기부터 제품을 검증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부터 제품을 최종 공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쟁사보다 수십 배 빠르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PT&T에 고성능 시험 설비도 구축했다. PT&T가 운영하는 단락발전기 2대의 용량은 4000MVA(메가볼트암페어)로, 1GW(기가와트)급 원자력 발전소 4기가 모두 사고가 났을 때도 전력기기가 버티는지 시험할 수 있는 규모다. 단락발전기는 전력기기 시험을 위한 고압의 전력을 만들어내는 설비다.



PT&T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멕시코 등 주요국의 인증기관과 협력하며 공신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시장이 진입하기 위해 필수로 획득해야 하는 UL 인증도 PT&T에서 시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획득할 수 있다. 최근 PT&T는 두바이 전력청(DEWA)의 공인 시험소로도 등록되며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북미에서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하며 시험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PT&T의 지난해 시험 인증 건수는 총 1521건으로 연간 가능 건수(1500여건)을 채웠다. 이중 북미로 수출되는 전력기기 비중이 55%였다. 올 들어 북미향 전력기기 비중은 80%로 늘었다. 우 원장은 “최근 국내 전력기기사와 V사 등 해외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시험 문의를 하거나 시험소를 방문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교대로 주말 출근을 해서 일정을 맞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현재 천안에 약 2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험소도 구축하고 있다. 인증 사업을 ESS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연말까지 구축이 목표다.

청주=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