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31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출연 예정이던 이탈리아 출신 첼리스트 에토레 파가노의 공연이 무산됐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의 한국 독점 투어권이 있는 국내 공연 기획사 SBU와 콩쿠르 이전 체결된 계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음악제 측과의 갈등 때문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오는 30~31일 출연 예정이던 첼리스트 에토레 파가노 대신 첼리스트 이유빈이 무대에 오른다고 27일 밝혔다. 이유빈은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다.
음악제는 급작스레 출연자를 바꾸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음악제는 지난 4월 13일 파가노와 출연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파가노가 5월 30일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콩쿠르 측과 공연 기획사 SBU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의 첫 한국 공연은 SBU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자체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파가노 매니저인 발레리오 노바라는 음악제 측에 파가노의 공연 일정을 변경하거나 2027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음악제는 콩쿠르 및 SBU 측과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논의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양측 모두 자신에게 결정권이 없다고 답했다. 음악제는 "한국 투어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안에 대한 결정 권한은 없다는 SBU 측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평창대관령음악제는 파가노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가 아닌 아티스트 개인 자격에서 초청해 출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은 이후의 콩쿠르 결과와 무관하게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음악제는 파가노의 출연 의사가 존중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음악제는 "에토레 파가노 본인은 이번 사안이 불거진 이후 줄곧 평창대관령음악제 출연을 진심으로 원한다는 뜻을 콩쿠르와 SBU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콩쿠르와 SBU 측은 그에게 반복적으로 음악제 공연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러한 경위가 계약의 신뢰와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라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음악제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세계음악콩쿠르연맹에 공식 항의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다. 유소방 SBU 대표와 이 회사 측을 상대로도 출연 무산 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파가노가 출연할 예정이던 30~31일 공연 예매자가 환불을 원할 경우 수수료 없이 환불을 진행한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