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주춤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이달 들어 4900억원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이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신규 한도를 줄였지만 증시 급락을 틈탄 저가 매수와 파생상품 투자자의 추가 증거금 마련을 위한 ‘빚투’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21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8088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914억원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2022년 10월(43조6609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월말 기준 최대치를 경신한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4월 40조원을 밑돌다가 5월 41조1899억원으로 올라선 뒤 계속 늘고 있다. 전체 약정 한도 중 실제 사용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진율도 1월 말 40.9%에서 이달 21일 45.33%로 상승했다.
은행들은 지난달 마이너스통장 신규 한도를 5000만~1억원으로 낮추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하지만 기존 계좌에서는 약정 한도까지 자유롭게 돈을 꺼내 쓸 수 있어 잔액 증가세가 이어졌다. 5대 은행의 전체 한도는 지난달 말보다 981억원 줄었지만 사용액은 오히려 늘었다.
코스피지수가 9.99% 폭락한 지난달 23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하루 만에 4057억원 급증했고, 이튿날에도 4158억원 늘었다. 이틀간 증가액만 8215억원에 이른다. 반면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22일 33조421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조2861억원 감소했다. 주가 하락 때 반대매매 위험이 큰 증권사 신용융자 대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