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등산용품점에서 출발한 노스페이스가 올해 브랜드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산에서 가장 춥고 험난한 ‘북면(北面)’을 뜻하는 브랜드 이름처럼 전문 탐험 장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등산복을 넘어 일상복과 스트리트 패션을 아우르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국민 아웃도어’로 성장했다. 1997년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2003년 국내 아웃도어 매출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태어난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키워낸 사례로 꼽힌다.
극한의 탐험 장비가 패션 아이콘으로노스페이스의 출발점은 ‘탐험’이다. 세계 최초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저 온도를 표시한 침낭을 선보였고, 최소한의 재료로 넓은 공간과 강도를 확보하도록 설계한 구형 텐트 ‘오벌 인텐션 텐트’, 고산과 극지 탐험을 위한 ‘히말라야 슈트’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
극한 환경에서 쌓은 기술은 일상용 제품으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눕시 재킷’이다. 히말라야산맥의 봉우리인 눕체에서 이름을 딴 눕시 재킷은 1992년 처음 출시된 이후 30년 넘게 인기를 이어왔다. 보온성을 앞세운 전문 아웃도어 제품에서 출발했지만 특유의 볼륨감 있는 실루엣이 스트리트 패션과 결합하며 겨울철 대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기능성 의류를 일상과 패션의 영역으로 넓힌 것은 노스페이스가 60년간 생명력을 유지한 배경으로 평가된다. ‘멈추지 않는 탐험(Never Stop Exploring)’이라는 브랜드 철학은 유지하되,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유행 변화에 맞춰 제품의 쓰임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는 분석이다.
한국서 키즈·라이프스타일 시장 개척국내에서 아웃도어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면서 점유율을 넓혀 나갔다. 영원아웃도어는 2008년 국내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키즈 라인을 선보였고, 2011년에는 일상복 성격을 강화한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을 출시했다.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화이트라벨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에 패션성과 실용성을 더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K패션 쇼핑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 등에서는 화이트라벨 제품을 ‘한국에서 사야 할 아이템’으로 소개하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매장 전략도 달라졌다. 산이나 대형 아웃렛 중심이던 전통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성수와 한남, 명동, 강남, 잠실, 동대문 등 서울 주요 상권에 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뿐 아니라 패션과 문화를 소비하는 젊은 층까지 고객군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노스페이스는 2025년 매출 1조56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진출 약 30년 만에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선수 지원부터 올림픽까지…스포츠 저변 확대국내 아웃도어·스포츠 인구 확대를 위해 선수와 탐험가 후원에도 힘을 쏟는다. 2005년 국내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을 창단해 국가대표 선수와 탐험가를 지원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코리아’의 공식 파트너로도 장기간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트레일러닝 대회인 ‘TNF 100 코리아’와 ‘노스페이스컵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 등도 직접 개최했다.
최근 노스페이스는 브랜드 탄생 60주년을 맞아 과거 탐험 장비에서 영감을 얻은 한정판 캡슐 컬렉션도 선보였다. 브랜드의 대표적인 헤리티지 제품인 ‘2미터 돔 텐트’와 ‘히말라야 슈트’를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티셔츠와 맨투맨, 후드 티셔츠, 모자, 가방 등 6종으로 구성했다. 일부 제품에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 원사를 적용했다. 성인 제품과 같은 디자인의 키즈 제품도 함께 출시해 가족 단위 소비자가 패밀리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