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182회 불법투약 의사들 적발…환자신체도 몰래 찍어

입력 2026-07-26 10:24
수정 2026-07-26 10:58

수면 목적의 내원자들에게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고, 마취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 등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마약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반 마취제인 덱스메데토미딘을 남용한 사례도 처음 적발한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지정 검토를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준강제추행, 불법촬영 등 혐의로 의사 2명과 병원 행정실장 1명, 투약자 11명 등 총 1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의사 A씨와 투약자 C씨 등 2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의사 2명이 범행으로 얻은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재산 4억5700만원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했다.


의사 A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미용 시술을 하는 것처럼 꾸며 내원자 7명에게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71차례 투약하고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행정실장은 A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수면 마취된 환자의 신체를 27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A씨에게 준강제추행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했다.

동업 의사인 B씨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수면을 원하는 내원자 8명에게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레미마졸람, 케타민 등을 111차례 불법 투약하고 4억17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투약자 11명은 해당 의원에서 의료 목적 없이 적게는 1차례, 많게는 64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투약자 9명은 30대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의사들은 정상적인 의료 목적이나 환자 상태가 아니라 결제 금액에 따라 수면마취제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용 시술은 아예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진행했고, 투약자가 요구하면 심야와 휴일에도 마약류를 투약했다.

1회 투약 비용은 35만원으로 약물 원가의 31.7배에 달했다. 투약자 가운데는 하루에 최대 1350만원을 결제하거나 13시간 동안 의원에 머문 사례도 있었다. 한 투약자는 11개월 동안 64차례 의원을 찾아 2억5300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들은 마약류 감시망을 피하고 투약자의 수면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덱스메데토미딘과 에토미데이트 등 일반 마취제를 의료용 마약류와 함께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마약류 취급 보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덱스메데토미딘이 의료용 마약류의 대체 약물로 오남용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약물은 동물용 마취제로 오남용 사례가 잇따른 메데토미딘과 사실상 같은 성분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덱스메데토미딘이 새로운 대체 마약류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식약처에 마약류 지정 등 규제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수면 마취 과정에서 의료인이 환자와 단둘이 진료하지 못하도록 간호사 등 제3자의 동석을 의무화하는 ‘샤페론 제도’ 도입도 관계 부처에 요청했다. 현재 자율 권고에 그치는 보호자 동석 제도를 의무화해 의료기관 내 성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은 수면 마취 상태에서는 환자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거나 저항하기 어렵고, 외부 감시가 닿지 않는 1인실 중심의 병원 구조가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성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마취제까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류 불법 취급과 이를 이용한 강력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