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품은 미래에셋·코인원 올라탄 한투…증권사 STO 선점전

입력 2026-07-26 16:58

내년 토큰증권(STO)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의 선점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코빗의 경영권을 확보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했다. 거래소 지분이 토큰증권 사업 권한으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증권사들은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디지털자산 사업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이 품은 코빗, '디지털X'로 새 출발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날 잔여 지분 인수를 마치고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주식 2849만5701주를 총 1413억6717만원에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미래에셋은 전날 코빗의 새 이름을 '디지털 엑스'로 정하고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는 임직원 서신에서 "Digital X는 미래에셋 3.0의 이름으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정면에서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전통과 디지털자산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새로운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 올라탄 한투…두나무에는 한화·삼성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지분 투자도 최근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2일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의 투자 부문인 OKX벤처스가 참여한 코인원의 대주주 변경신고를 수리했다. 두 회사는 각각 800억원을 투자해 코인원 지분을 약 20%씩 확보하고 공동 3대 주주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에 증권사의 금융상품 설계와 내부통제 역량을 결합해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5월에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아우르는 자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주요 사업자에게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두나무에는 한화투자증권과 삼성 금융·정보기술 계열사들의 투자가 집중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6월 약 5978억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3.90%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높아져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이달에는 골드만삭스와 미국예탁결제원(DTCC) 등이 참여하는 금융 특화 블록체인 '캔톤 네트워크' 운영사 디지털에셋에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디지털자산 데이터와 지갑, 실물자산 토큰화 관련 기업에도 잇달아 투자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부동산과 지식재산권(IP), 비상장주식 등 실물자산 투자를 지원하는 디지털자산 플랫폼 'DAP'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도 지난 5월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139만 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지분율은 삼성증권 2%, 삼성SDS와 삼성카드가 각각 1%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를,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삼성카드는 결제 분야를 중심으로 두나무와 협력할 계획이다. 내년 2월 STO 제도권 편입…발행·유통망 구축 경쟁토큰증권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은 공포 1년 뒤인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은 분산원장 기반 증권계좌부를 허용하고 그동안 증권사를 통한 유통이 제한된 투자계약증권의 중개도 허용한다.

대형 증권사들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확보뿐 아니라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SK텔레콤과 구성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통해 토큰증권 메인넷 구축을 마쳤다. 삼성증권도 최근 주요 사업자를 대상으로 자체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넥스트레이드 및 주요 조각투자 7개사와 조각투자 발행·유통 사업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과 케이뱅크 등 12개사가 참여하는 'STO 비전그룹'을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KB증권은 회사채와 펀드, 신탁수익증권 등 기존 금융자산의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는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받은 KDX와 NXT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 두 컨소시엄은 오는 8월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거래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의 투자는 아직 거래소 지분 확보와 플랫폼 구축 등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투자할 만한 상품을 꾸준히 확보하고 기초자산을 신뢰성 있게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이를 미래 사업으로 판단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증권사가 경쟁에 참여하면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수수료가 낮아지는 등 편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토큰증권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상장 대기업 주식과 달리 가치평가가 쉽지 않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사례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는 증권사와 플랫폼의 인지도만 볼 것이 아니라 기초자산의 가치와 수익구조, 거래 가능성 등을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