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표절 의혹'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法 "줄거리 전혀 달라"

입력 2026-07-23 20:37

표절 시비에 휘말린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상영과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막아달라는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신명희 부장판사)는 23일 드라마 '엄흥도'의 시나리오 작가 유족이 "왕사남이 다르마 '엄흥도' 작가의 시나리오를 표절했다"면서 왕사남 공동 제작사인 온다웍스와 주식회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영화를 항공기나 선박에서 상영하거나 OTT, DVD 등으로 제공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데 제한받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유족 측이 제출한 시나리오와 영화 왕사남 사이에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시나리오는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적 주제로 삼고 있고, (이 시나리오 속) 엄흥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종에 대한 충성과 헌신적인 태도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영화 왕사남은 단종과 엄흥도 및 마을 사람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함께 변화,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 핵심 주제로서 각 작품의 주제와 서사의 구조, 인물 설정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또 "두 작품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일부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체적 줄거리, 주요 주제 등의 내용이 전혀 다르고, 유족 측 시나리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에 있어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영화 왕사남의 시나리오를 수정한 장항준 감독이 유족 측의 시나리오를 접할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작사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정의 신일수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왕사남은 누적 관객 약 1688만명으로, 역대 국내 개봉작 가운데 '명량(2014·1761만여명)'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