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열차·플랜트·주택…윤곽 나온 현대차그룹 '새만금 수소 플랜'

입력 2026-07-23 17:48
수정 2026-07-23 19:00
이 기사는 7월 23일 오후 4시45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르면 2033년 전북 군산과 새만금을 잇는 수소전기열차가 달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현대자동차그룹은 군산 대야에서 새만금 신항만까지 48.3㎞ 구간에 수소열차를 투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구간은 2033년 개통될 예정인 새만금항 인입철도 구역이다. ITX 등 일반 열차를 운행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최고 시속 150~170㎞급 수소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차량은 현대로템이 제작해 납품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현대차그룹이 새만금 일대에 구상 중인 수소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국내 첫 수소 순환도시 구축
수전해 플랜트 지어 수소 만들고, 연료전지로 AI센터에 전력 공급9조원을 투입하는 ‘새만금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기술을 선보이는 첫 무대다.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플랜트 사업을 넘어 도시 곳곳에 연결된 수소 배관과 연료전지로 주거 단지, 데이터센터 등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수소전기차와 수소전기열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도심 교통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생산부터 소비까지 하나의 도시에서 완결되는 ‘수소 순환경제’가 조성되는 것이다. ◇ 1100兆 수소 플랜트 시장 진입내년부터 1조원을 투입하는 수전해 플랜트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새만금 수소 도시의 시작이자 끝이다. 수전해 플랜트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다. 태양광이 생산한 전기를 데이터센터와 산업 단지 등에 쓰고 남은 전력을 수전해 플랜트에 보내 수소로 만든다. 연료전지에 저장된 수소는 상시 전력 공급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의 비상 전원과 장시간 백업 전원 역할을 할 수 있다. 낮에는 태양광을, 밤에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0메가와트(㎿) 규모로 짓는 수전해 플랜트 시설을 1기가와트(GW)까지 늘릴 예정이다. 투자 금액도 5조원 안팎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는 약 10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계기로 수전해 플랜트 시공과 부품 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수전해 플랜트 시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분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동 중인 수전해 플랜트 규모는 4GW로 2030년 230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설치 규모도 작년 말 20조원에서 2030년 1150조원까지 커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수전해 플랜트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전체 설치량의 60~70%를 점유한 중국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수소 시장 성장성을 보고 2030년까지 수전해 장비와 관련 부품 제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울산엔 9300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공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여러 부품사가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수소열차도 달린다새만금 단지에서 수소는 주거용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관으로 공급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저장했다가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냉난방과 온수 등에 쓰이는 방식이다. 도시 내 이동 방식도 수소를 기반으로 한다.

물류 단지를 오가는 대형 트럭과 일반 차량은 새만금 곳곳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 연료를 채우고 이동한다. 시내버스와 청소차, 건설 장비 등도 수소를 연료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상용차와 연료전지 시스템의 실증 무대가 도시 전체로 확대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기대를 거는 모빌리티 분야 중 하나는 수소열차다. 상용화를 위해 전북 군산 대야역에서 새만금 신항만을 잇는 48.3㎞ 노선에 수소열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상용화 경험은 수소열차 수출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철도 시장에서 해외 수주에 성공하려면 상용 노선에서 쌓은 운행 데이터와 안전성 실적이 중요하다. 수소열차는 독일 등에 다소 뒤처져 있다. 독일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수소열차를 상용화했고 미국, 일본, 중국도 시험 운행에 들어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정부·전북도와 맺은 투자협약에 이어 5월엔 정부가 수소열차 구매 및 연료 보조금 지원 방침을 확정했다. 수소열차 운행이 본격화하면 수소상용차와 수소선박 등 그룹 내 다른 수소모빌리티 실증 사업 또한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길성/김우섭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