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3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같은 날 국회에서는 범죄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누구를 위한 폐지냐"고 반문하며 우려를 쏟아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치열했던 토론과 숙의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며 "오는 10월 2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책임 있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 직무대행은 "민주당은 의원총회와 공청회를 통해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했고, 법제사법위원회는 총 8차례 전체회의와 소위를 열어 조문 하나하나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개혁의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늘 강조한 지향점이자 국민주권정부의 확고한 국정 과제"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원칙에서 후퇴하거나 흔들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은 민주당 정체성의 깃발이자 상징"이라며 "깃발이 찢어지지 않도록, 상징이 얼룩지지 않도록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겠다. 빠르게 곧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적었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하는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기원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3명이 공동 주최한 '범죄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다.
2009년 '황산테러 사건' 피해자인 박선영 씨는 "피해자로서 국가의 형사 절차와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직접 경험했고, 어디에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지켜봐왔다"며 "여당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8월 전당대회 이전 처리를 목표로 한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위한 폐지입니까? 누구를 위한 개정입니까? 그 책임은 누가 지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3년 전 부산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가명)는 "저는 보완수사권이 살아 있을 때 피해를 본 '운 좋은 피해자'다. 앞으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경우) 수사기관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진다"며 "저처럼 상해로 접수된 사건은 상해인 채로 끝난다. 그렇게 되면 저는 성범죄 피해자임을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피해자는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재판이 제대로 흘러갈 수 없기 때문"이라며 "최소 300만원이 넘는 선임비를 이제 막 피해를 본 사람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