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재건 넘어 투자처로…우크라이나에 쏠리는 민간 자본

입력 2026-07-22 08:57
수정 2026-07-22 09:01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후(戰後) 재건 논의가 공여국 지원에서 민간 투자로 확장하고 있다.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진격을 저지하는 등 전쟁의 흐름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는 110억달러(약 16조302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 및 지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5~26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 2026’(URC 2026)은 공여국 지원 중심으로 진행됐던 이전 회의들과 달리 민간 투자가 강조됐다. 우크라이나를 전쟁 피해국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유럽연합(EU) 가입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전후 시장’으로 바라봤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교관과 군사 분석가, 기업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양국이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주고받고 있지만, 러시아의 진격이 대부분 저지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영상 유도 방식의 새로운 중거리 드론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보급로와 러시아 내륙 곳곳의 정유시설 등을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핵심 메시지는 ‘저점 매수’였다. 제러미 루윈 미국 국무부 대외지원·인도주의 담당 차관은 연설에서 “지금이 우크라이나의 하락장에서 투자할 때”라며 “가격이 낮은 지금 투자해 국가가 다시 일어설 때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공식 사임한 율리야 스비리덴코 전 총리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160건의 민간 투자 및 지원 합의가 체결됐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약 110억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우크라이나 국영 석유·가스기업 나프토가스가 미국산 건설장비와 석유산업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최대 3억달러(약 4446억원) 규모의 신용한도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가치가 약 3000억달러로 추산되는 천연가스 유전을 가지고 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아내 웬디 슈밋은 키이우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부는 우크라이나 투자회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을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지분을 매입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5500만~7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슈밋은 우크라이나 드론 기업들에도 투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기관투자자인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약 5억7000만달러 수준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무탄소 에너지 인프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획과도 맞아떨어진다. EBRD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약 100억유로(약 16조8884억원)를 투자했다.

다만,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앤디 헌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맥도날드·네슬레 등 우크라이나에서 사업하던 기업은 러시아의 승리가 불투명해지자 사업을 확대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기존 사업 기반이 없던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