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을 앞세워 기술 우위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정책 지원으로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AI는 이제 혁신 기술을 넘어 전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 역량까지 좌우하는 전략자산이 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소버린 AI-프런티어 AI’ 투트랙 개발 전략은 이런 기술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 언어와 문화, 제도적 가치를 담은 독자(소버린) AI 개발과는 별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AI 모델을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배 부총리는 “프런티어급 AI 모델은 향후 핵무기처럼 국가가 직접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이어 중국의 공개형 모델 역시 영향력이 커지면 언제든 폐쇄형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종속 우려를 거론한 것으로, 누가 봐도 맞는 얘기다.
관건은 계획을 빠르게 실행하는 능력이다. 정부는 미국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 미토스와 같은 수준의 프런티어 AI를 확보하려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베라루빈 1만 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GPU 구매를 위한 투자비만 3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프런티어 AI 개발 사업의 추진 여부와 내년도 예산 반영은 결정되지 않았다. 목표만 제시됐을 뿐 실행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미·중의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 간격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전 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에 예산과 규제 혁신 권한을 실어줘야 한다. AI 3대 강국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목표와 전략을 현실로 만들 실행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