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진서 역전승이 보여줬다…AI로 더 강해진 인간

입력 2026-07-21 17:49
수정 2026-07-22 01:06
신진서 9단과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의 대국은 인간이 AI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강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 만에 다시 펼쳐진 인간과 AI의 승부는 대결을 넘어 학습과 적응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세계 1위 신 9단은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카타고와 세 차례 두 점 접바둑을 벌여 2승1패로 역전승했다. 이를 ‘인간의 위대한 반격’이라고 환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승부의 진정한 가치는 승패 그 자체보다 인간이 AI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를 실증했다는 데 있다.

세 판은 인간의 전략이 실패를 거치며 진화하는 과정을 압축해 보여줬다. 신 9단은 1국에서 18집의 절대적 우위를 안고 있었지만, 카타고의 예상 밖 포석에 무너졌다. 2국은 실패를 복기한 신 9단의 반격이었다. 준비한 정석이 끝나고 중원에서 전투를 결행해 승리했다. 한 수만 어긋나도 무너질 수 있는 살얼음판이었다. 신 9단이 세 판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고 가장 뿌듯했던 승리로 2국을 꼽은 이유다. 3국에서는 또 다른 신진서가 나왔다. 복잡한 수싸움을 줄이고 실리와 두터움을 함께 확보해 카타고의 압도적인 계산력이 변수가 되지 않도록 판을 설계했다. 그는 한 달간의 대국 준비 과정을 “수련의 시간”이라고 했다. AI의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하되, 전체 판세를 지배하는 인간 고유의 전략적 통찰을 극대화했다.

알파고 등장 이후 한동안 인류를 사로잡은 것은 무력감과 공포였다. 그러나 이번 대국은 AI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증폭기’이자 협력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신 9단은 이번 대국의 의미가 “인간과 AI의 격차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대국을 후원한 홍범준 쎈수학 대표도 “AI는 인간이 활용하고 협업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의 교훈은 바둑판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산업, 교육, 노동 현장 전반에서 AI 혁명이 가져올 격변의 소용돌이에 서 있다. 산업 현장은 AI를 인력 감축 수단이 아니라 숙련자의 판단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교육 부문에서도 암기와 정답 찾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AI를 통해 인간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이번 대국 결과는 인간이 AI보다 우월하다는 승전보가 아니다. AI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는 것이 인간 지성의 도전임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신진서는 카타고를 이긴 데 그치지 않았다. 카타고를 통해 더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