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21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송파동 송리단길은 한산했다. 사주·타로점과 셀프사진관 등 젊은 층과 외국인을 겨냥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방학을 맞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2~3커플 외에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송리단길을 가로질러 이동하던 최모씨(36)는 “10년째 거주하고 있지만 송리단길이 잘되는지는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평소에도 송리단길보다는 바로 옆 방이동 먹자골목 식당을 더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송리단길 매출 2년 연속 감소송리단길을 비롯한 잠실·송파 상권 일대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감소한 데다 내국인 발길마저 줄어들면서 한때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통계지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송리단길 권역인 잠실·송파 상권 공실률은 17.4%로 지난해 말 12.5%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요 상권인 명동(5.0%), 뚝섬·성수(3.4%), 연남·동교(4.5%), 압구정(7.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송리단길은 송파구와 경리단길(용산)을 합쳐 만든 이름으로 2017년 석촌호수 일대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 등이 들어서며 동남권 대표 골목 상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에 여러 신흥 상권이 부상하면서 송리단길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송리단길 상권 매출은 최근 정체되는 흐름이다. 핀테크기업 핀다의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송리단길 매출은 2020년 1463억원에서 2023년 236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2024년 2319억원, 지난해 2289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석촌호수와 떨어진 안쪽 골목 상권은 침체가 더 심한 편이다. 송리단길이 포함된 송파1동에서 신규 개업한 점포는 지난해 1분기 46개에서 올해 1분기 42개로 줄었지만, 폐업은 같은 기간 61개에서 69개로 늘었다. 송리단길과 석촌호수 방면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최근 문을 닫았다. 3년 전 5000만원이 넘는 권리금을 주고 입점한 그는 “이 일대 상권은 예전보다 많이 죽은 것 같다”며 “우리 가게도 하루 방문객이 적게는 20명, 많아야 100명 정도여서 영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낙수효과도 없어성수·한남 등 신흥 상권이 부상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가두 상권은 반등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대표적인 골목상권으로 꼽히던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이 쇠락한 것처럼 송리단길도 비슷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지만, 인근 송리단길로는 발길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관광객 소비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송리단길에서 만난 편의점주 B씨는 “올해 2월 들어왔는데 수익이 기대만큼 나지 않아 걱정”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바나나우유도 들여놨지만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송리단길과 경리단길, 청담 등을 관광 동선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객들이 성수를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팝업스토어와 K뷰티·패션 브랜드 체험이 꼽힌다. 개인 카페와 음식점 비중이 높은 송리단길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는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혜주 메이트플러스부동산중개 이사는 “최근 브랜드들이 상권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외국인 관광객의 유무”라며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관광객의 발길을 송리단길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