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무기 등 국방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방 공급망 확보와 핵심 광물의 자국 조달 보장’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산 물품을 국방 공급망 전 분야에서 퇴출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싸니까 중국산’ 선택 금지
내년 시행되는 행정명령은 ‘국가 안보 조달 품목’에 대해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핵심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것을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하고 있다. 중국산 사용을 위한 예외 승인이 필요할 때는 관련 공급처를 모두 적시하고 설명해야 한다. 모든 공급망 단계를 새로 검증해 비동맹국의 참여를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현행법에도 관련 제한이 있지만 “예외 승인 관행, 계약 업체의 편의주의, 관료주의적 타성 때문에 해당 규정의 실효성이 약해졌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그런 관행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소재가 더 싸고 구하기 쉽다”는 것은 앞으로 예외 사유가 되지 못한다.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공급원을 미국에서 찾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들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을 업체가 입증해야 한다. 나바로 고문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과의 협력도 강조미국·이란 전쟁을 거치며 국방 분야 공급망 전반의 재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트럼프 정부 내에서 크게 강화됐다. 나바로 고문은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전한 공급망을 통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미국산 무기는 미국과 동맹국,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자재로 제조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미사일 시스템이 외국이 통제하는 공급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면 전쟁부는 교전이 시작되기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율 관세 부과 과정에서도 중국 희토류 의존과 관련해 국방 공급망의 취약성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F-35 스텔스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모터에는 중국산 사마륨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도 언급했다. 나바로 고문은 핵심 광물인 게르마늄 정련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하며 연내 미국이 자국 수요의 세 배에 달하는 역량을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핵심 광물) 무기화에 직면한 일본, 유럽, 한국 등에 우리가 게르마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브리핑에 참여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광물 가공 분야에서 신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려아연 등을 거론했다. ◇캐나다엔 50% 관세 폭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산 제품 차별 대우를 근거로 캐나다 와인, 하키채, 시멘트 등 일부 상품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 세 건에 서명했다.
미국과의 거래에 차별적 대우를 하는 국가를 상대로 대통령이 50%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관세법 338조(1930년 제정)를 근거로 삼았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캐나다가 중국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한 몇 안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조치는 30일 후에 시행된다. 향후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