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7월 21일 오후 4시29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동맹’이 첫 결실을 거뒀다.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현대로템이 함께 개발한 4족 보행 로봇(로봇개)을 이르면 하반기 군에 납품하기로 했다. 두 그룹이 미래 먹거리인 피지컬 인공지능(AI)으로 동맹 범위를 넓힌 첫 사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육군은 두 회사가 개발한 전투용 로봇개 RB-01K를 하반기 실전 배치할 전망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세종 공장에서 제작한 로봇개에 방위산업 기업인 현대로템이 총기류와 군용 센서, 원격조종 장비를 장착해 군용 체계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들 회사는 에스피지 등에 로봇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와 다리 모듈 등의 부품을 발주했다.
로봇개 최종 보급 규모는 수백~1000대로 예상된다. 군 병력 급감 속에 경계와 수색, 대테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로봇 사업 강화를 위해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 직속으로 ‘로보틱스 익스피리언스(RX) 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로봇 관련 기술 역량과 인재를 한곳에 모으기 위해 통합 조직을 꾸리는 것이다.
'대당 1억원' 로봇개 군단 수색·대테러 임무 수행한다
로봇개 'RB-01K' 연내 軍배치한국군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현대로템의 4족 보행 로봇(로봇개) ‘RB-01K’ 실전 배치를 서두른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전투용 로봇개를 전투 또는 수색·경계에 활용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참호 및 건물 내부처럼 드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정찰하고 부비트랩(급조폭발물) 등을 탐지하는 데 로봇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은 총기를 장착한 ‘로봇개 군단’까지 꾸렸다. 한국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먼저 도입하기로 했지만 내부 윤리 규정에 따라 전투용으로 쓸 순 없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전투용으로 개발된 플랫폼인 RB-01K를 추가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현대차그룹 동맹 결실삼성·현대자동차그룹 ‘로봇 동맹’의 결과물인 RB-01K는 하반기 한국 육군에 처음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회사는 방위사업청을 통해 육군에 로봇 개 시제품을 납품했고 실전 배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간 기업 간 협업으로 개발한 피지컬 인공지능(AI) 무기가 국군 전력으로 채택된 첫 사례다. 부품사들은 로봇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와 다리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로봇개 군 투입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뿐 아니라 무인지상차량, 4족 보행 로봇 등 무인 전투체계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는 추세에 맞춰 로봇개 도입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조만간 로봇개 입찰 공고를 내고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로봇개는 평상시 전방 수색, 경계 업무를 수행하는 등 부족한 군 병력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화상, 야간투시, 레이더 등 군용 센서를 활용해 적 탐지와 전방 수색에 쓰인다. 전쟁, 테러 상황에선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진다. 병력보다 먼저 위험 지역에 투입돼 적 또는 폭발물을 탐지하거나 직접 교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본체인 로봇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여기에 현대로템이 총기류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세종 본사에서 생산된다. 양사는 연 수백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개의 핵심 부품인 다리 관절(액추에이터)은 에스피지가 생산한다. 육군은 수시로 로봇 공장과 부품 공장을 찾아 로봇 운영, 수리 등을 교육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팟 가격의 50%…‘가격 경쟁력’도 앞서RB-01K는 모두 국산 부품으로 제작된다. 중국·미국산을 배제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RB-01K 가격은 대당 1억원 미만으로, 1억5000만~2억원으로 추정되는 스팟의 절반 가격이다.
인력 대체 효과도 상당하다. 올해 기준 육군 장병 한 명의 18개월 복무 비용은 2000만원 선이다. 장병 5명의 인건비로 24시간 교대 근무가 가능한 전투 로봇 1기를 도입할 수 있는 셈이다. 2040년 상비병력이 3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 병력을 대체할 합리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군 전투용 로봇을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등 외국산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육군은 군 실전 업무에 투입할 로봇 라인업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와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 등이 거론된다. 로봇 분야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려 휴머노이드 로봇의 군용 투입 시점도 최대한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상원/김우섭/양길성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