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수천억원 손실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6-07-21 15:30
수정 2026-07-21 17:11
이 기사는 07월 21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손실을 누가 최종 부담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자산에는 재물보험과 기업휴지보험이 가입돼 있지만, 실제 보상 방식과 책임 주체는 발화 원인과 임대차 계약, 보험 약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고가 자동화 설비와 재고, 영업 손실까지 피해가 번지면 전체 손실은 수천억원대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해당 물류센터는 이지스가 국민연금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의 자금을 담은 펀드를 통해 소유·운용하고 있다. 쿠팡이 건물 전체를 10년 이상 장기 임차해 단독으로 사용하는 '마스터리스' 구조다. 임차 공간 내부의 일상적인 시설 관리와 운영, 법정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등은 계약상 임차인 측이 맡고, 이지스는 자산관리회사(AMC)로서 펀드 재무관리를 담당한다.

이지스 펀드는 건물 등에 대해 약 3800억원 규모의 재물보험에 가입했다. 화재로 물류센터 가동이 중단돼 임대수익이 줄어드는 위험을 보전하는 기업휴지보험도 최대 24개월간 적용된다. 이지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화재 범위와 최근 상온 물류센터 공사비를 고려하면 보험 범위 안에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액은 화재 피해조사와 구조안전진단이 끝나야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 가입 여부와 별개로 손실의 궁극적인 부담 주체는 화재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건물 자체의 결함이나 소유주 측 관리 책임이 원인으로 지목되면 이지스 펀드가 보험을 활용해 복구에 나서게 된다. 반대로 쿠팡의 시설 운영이나 임차 공간 관리 과정에서 귀책 사유가 확인되면 계약과 보험 약관에 따라 쿠팡의 배상 책임이나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가 문제될 수 있다. 이지스 측은 화재 원인 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직후에는 책임 소재와 보험금 지급액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업이 손실을 우선 부담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보험 가입과 별개로 대규모 손실이 먼저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쿠팡은 당시 재고 1억5800만달러, 건물·설비 1억2700만달러, 기타 비용 1100만달러 등 총 2억9600만달러의 손실을 인식했다. 당시 쿠팡은 재물 손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 회수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 해당 연도에는 보험수익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화재의 실제 피해 규모도 관건이다. 불이 집중된 6~7층에는 생활용품과 포장재뿐 아니라 고가 물류설비가 설치돼 있어 건물 복구비와 재고 손실을 합치면 피해액이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피해가 일부 층에 국한되고 주요 구조부가 유지되면 손실이 수백억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영업 중단과 배송 지연 보상, 다른 센터로의 물량 이전 비용까지 더해지면 체감하는 부담은 재산 피해액보다 클 수 있다.

쿠팡으로서는 최근 잇따른 악재가 부담이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지난달 62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대형 물류센터 화재까지 겹쳤다. 화재 원인 조사에서 쿠팡 측 귀책이 인정되거나 운영 차질이 장기화하면 배상 비용과 대체 물류망 운영비, 추가 안전관리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지스와 펀드 투자자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보험금과 기업휴지 보상이 예정대로 집행되면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수익자의 직접 손실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복구 기간이 길어지거나 보험으로 보전되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임대수익과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펀드 수익률과 대주단의 담보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2018년 SK인천석유화학 부지를 인수해 개발한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약 29만9000㎡ 규모의 자산으로, 이지스가 2024년 4월 5000억원 중후반대에 인수했다. 불은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6층에서 시작돼 7층으로 번졌으며 소방당국은 약 6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잔불 정리가 끝나는 대로 합동 감식과 구조안전진단을 거쳐 발화 원인 및 피해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지스 측은 "화재진압이 완료되는 대로 빠르게 자산 복구에 나설 예정이며, 임차인인 쿠팡의 정상적 이용과 펀드 수익자 보호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