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200억원 밑으로 내려가 상장폐지 사정권에 놓인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수급 쏠림과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맞물려 시장 전체가 소외되면서다. 일부 기업은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있어 관련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200억원 미만 상장사는 전날 기준 139곳(스팩·우선주 제외)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26곳)과 비교해 10.32% 증가했다. 이에 영향을 받는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131만4718명에서 155만9087명으로 18.59% 증가했다.
코스닥지수가 같은 기간 25.11% 급락하는 등 시장 부진이 계속된 탓이다. 지수는 지난 4월 장중 고점(1229.42)을 형성한 이후 줄곧 하락해 현재 700선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주 중심의 수급 쏠림과 중동 분쟁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 등으로 코스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거래대금도 말라가고 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이달 하루 평균 6조785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14조9122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지난 5월 말 출시된 이후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더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 5월엔 15조원대를 나타냈으나 6월 10조원대로 밀린 후 이달 6조원대까지 줄었다.
문제는 시장 충격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이달부터 강화한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시총이 200억원 미만이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다. 시총 20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으로 해당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예외 없이 상장폐지된다.
코스닥시장 소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량 기업마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부품 및 2차전지 장비사 파인텍은 2023년 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2024년 6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 19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시총은 2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 상태다.
동물용 의약품 업체 우진비앤지도 마찬가지다. 우진비앤지는 2023년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2024년 흑자 전환해 11억원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22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하지만 시총은 170억원대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나스닥 증권거래소도 지난 1월 상장사들이 시총 500만달러(약 75억원)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규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별도의 유예 기간 없이 즉시 퇴출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나스닥은 지난달 일부 유예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정 변경 수정안을 마련했다. 시총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기업에 대해 상장 적격성 청문위원회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최대 180일을 넘지 않는 기간 동안 예외(유예)를 허용하는 방향이다. 기업의 성장성 및 재무 건전성과 무관하게 시장 충격에 따라 기업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과 실제 가치는 바뀐 게 없는데 외부적 요인으로 시총이 떨어지면 상장폐지가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총 기준을 형식적 상장폐지가 아니라 실질적 상장폐지 요건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시총이 200억원 밑으로 떨어졌어도 실제 해당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남아 있기 적합한지 아닌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