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배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개별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상품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투운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ACE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다만 현직 운용사 대표가 자사 상품을 포함한 ETF 투자 중단을 공개 권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 대표는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고 썼다.
배 대표는 "원주(원본 주식)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다면 매일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라며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월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224만3000원에서 184만2000원으로 17.9% 하락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은 47.5% 급락했다. 기초자산 하락률의 단순 2배를 적용한 이론상 손실률(35.8%)보다 실제 손실이 11.7%포인트 더 큰 셈이다.
이는 레버리지 ETF가 일정 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꾸준히 오를 때는 복리 효과로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면 손실과 회복이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원금이 깎이는 '음의 복리' 현상이 발생한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인버스 ETF 역시 원주 하락으로 이론상으로는 35.8%의 수익을 내야 했지만, 실제로는 31.1%의 손실을 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