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파트 거래의 자금 조달과 근저당권 설정 방식이 일반 국민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을 29억원에 매각하고 무주택자가 된 가운데, 매매 과정에서 매도인인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 앞으로 17억7000만원대의 근저당권을 직접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꼼수 거래라고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논란은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이 만든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국민께 시범적으로 보여줬다"면서도 "그런데 일반 국민은 매도가격의 61%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집을 팔 생각도 능력도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수요자는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29억원짜리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2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27억원 안팎의 자기자금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아파트 거래에서는 일반적인 금융기관 대출이 아니라 매도인이 직접 거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불법 여부는 관계기관이 판단할 문제지만 국민이 묻는 것은 적법성 이전의 문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도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집을 살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정부는 갭투자를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고, 규제 우회수단까지 차단하겠다고 했다"며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앞둔 단지였다. 업계에서는 지정고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돼 이른바 '물딱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통령이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 구조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며 "대통령은 국민의 정상적인 주택 거래를 가로막은 과도한 대출 규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도 "대통령 집만 사연 있고, 대통령 집 매수자만 사정 있느냐"고 반문하며, 국민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아 갭투자를 차단해놓고 대통령 집 매수자에게는 은행 대신 이 대통령 부부가 돈을 빌려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 부부야말로 매수인에게 돈을 대주면서까지 빨리 팔지 않으면 현금청산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시세차익을 온전히 가져가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뒤 매매 경위를 낱낱이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분당 집을 매도하며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두고, 일반인은 은행권 대출이 사실상 막혀 있는데 누군가는 '편법 사금융'으로 집을 산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금만 싸게 내놓아도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 매수자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그런 복잡한 조건을 가진 매수자를 찾았느냐"며 매수인이 지인인지를 직접 물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 대통령은 최근 자택 매매를 완료했으며 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이뤄졌다"며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으나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밝혔다.
근저당권 설정 배경과 관련해서는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자 성남 분당구청은 이날 고액 근저당 설정과 토지거래허가를 비롯한 부동산거래신고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도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집을 파는 방식은 매수인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을 때 활용된다. 현재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에 따라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 부부가 소유한 아파트가 이달 말 재건축 사업 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두면서 등기가 늦어질 경우, 매수자가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를 승계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근저당을 통해 거래를 서두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특수한 주거 상황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현재 한남동 관저에 거주 중이며, 관저 보수공사가 끝나면 청와대로 이전할 예정이다. 즉 분당 아파트를 매각한 대금으로 당장 새 거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일반 국민이라면 기존 주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곧바로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매도 즉시 현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자금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에 매수인에게 잔금 대신 17억7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10월까지 기다려주는 방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관저 거주라는 특수한 주거 여건이 맞물려, 일반 국민은 선택하기 어려운 거래 구조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