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던 다이슨도 굴욕…'77배 잭팟' 터진 상품의 정체 [홈쇼크②]

입력 2026-07-21 16:34
수정 2026-07-21 16:48
라이브방송(라방)으로 가전 수요가 몰리는 사이 올 상반기 TV홈쇼핑에서는 디지털·가전 거래액이 1년 새 4분의 1 가까이 빠졌다. 삼성전자부터 다이슨까지 이름값 높은 브랜드일수록 오히려 낙폭이 컸다. 세탁기, 노트북처럼 '교체 수요'가 큰 가전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은 반면 착즙기, 고데기 등 기존에 없던 제품을 새로 사들이는 품목 위주로 잘 팔렸다.

21일 한경닷컴이 라이브커머스 데이터 플랫폼 라방바 데이터랩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홈쇼핑 디지털·가전 거래액은 4747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254억1000만원)보다 24.1% 줄었다. 1년 만에 1500억원 넘게 증발한 수치. 같은 기간 라방 거래액은 76.5% 늘어난 5622억2000만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홈쇼핑을 앞질렀다. 가전 판매의 주도권이 라방으로 넘어가는 사이 홈쇼핑에 남은 가전 수요는 특정 품목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없어서 못 판다는 다이슨, 홈쇼핑선 -61%브랜드별로 보면 다이슨의 낙폭이 가장 컸다. 올 상반기 홈쇼핑 거래액은 153억2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0.6% 급감했다. 다이슨은 오프라인 매장과 자사 채널에서 일부 품목은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잘나가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데 홈쇼핑에서만 거래액이 절반 넘게 꺾였다. 라방 거래액까지 합치면 다이슨의 방송 판매 규모는 1년 새 410억원대에서 166억원대로 줄었다.

대형 가전 브랜드도 일제히 뒷걸음쳤다. 홈쇼핑 디지털·가전 1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756억5000만원으로 22.3% 줄었고, LG전자(347억8000만원)는 26.1% 감소했다. 쿠쿠(188억8000만원)도 12.4% 빠졌다. 상위 브랜드 중에서는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만 거래액을 늘렸다. 로보락은 622억2000만원으로 2.4% 늘며 삼성전자에 이어 홈쇼핑 디지털·가전 2위에 올랐다.

품목별로 봐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빠졌다. PC·노트북(-61.1%), 세탁기·건조기(-51.5%), 청소기(-46.2%), 음향·이어폰(-46.8%) 등 13개 제품군 가운데 11개의 거래액이 줄었다. 주방가전도 36.9% 감소했다.착즙기·고데기는 3배·77배…빈자리 채운 브랜드들 이 와중에 거래액을 불린 브랜드들이 있다.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홈쇼핑 거래액 상위 20개 브랜드 가운데 올해 거래액이 늘어난 곳은 8곳뿐인데, 증가율 상위는 착즙기·미용가전처럼 생활 밀착형 품목을 파는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착즙기 브랜드 휴롬의 올 상반기 홈쇼핑 거래액은 77억5000만원으로 지난해(25억5000만원)의 3배가 됐다. 휴롬은 라방에서는 거래액이 2년 새 14억8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쪼그라든 브랜드다. 라방에서 잃은 자리를 홈쇼핑에서 되찾은 형국이다. 고데기 등 헤어스타일러 브랜드 글램팜은 지난해 6700만원 수준이던 거래액이 51억5000만원으로 불며 77배로 뛰었다. 선풍기 등을 파는 한일도 46억3000만원으로 133.7% 늘었다. 올 상반기 홈쇼핑에서 거래액이 늘어난 제품군은 이들이 속한 미용가전(+41.7%)과 계절가전(+4.8%) 둘뿐이었다.

새 얼굴도 나왔다. 스팀다리미 업체인 니카사는 144억8000만원어치를 팔아 진입과 동시에 브랜드 6위에 올랐다. 라방 거래액이 68.1% 급감했던 드리미는 홈쇼핑에서 27억8000만원으로 지난해의 6배 넘게 늘며 채널을 갈아탔다."기본 가전 다 있다…신규 수요 사라진 홈쇼핑"홈쇼핑 업계는 가전 카테고리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 김치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은 과거 홈쇼핑 매출의 큰 파이를 차지하던 고가 제품군이었다"며 "요즘은 대부분의 가정에 기본 가전이 이미 다 마련돼 있고, 로봇청소기나 스타일러 같은 신규 카테고리 가전을 특별히 장만하지 않는 한 기존 제품을 바꾸는 교체 수요 정도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혼인율 감소 등으로 없던 가전을 새로 구비하려는 수요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가전제품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다 보니 홈쇼핑 채널에서 가전 카테고리 비중이 줄었고 이에 따라 관련 방송 편성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 홈쇼핑 디지털·가전 방송 수는 5140회로 1년 새 12.9% 줄었다. 업계가 '새로 장만하는' 예외 품목으로 꼽는 로봇청소기와 헤어스타일러에서 로보락과 글램팜이 나란히 성장한 배경이다.

라방바 데이터랩을 운영하는 양진호 씨브이쓰리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보다 홈쇼핑 수수료율이 높은데 대형 가전 등의 품목은 패션·뷰티 쪽에 비해 마진이 박해 (홈쇼핑) 수수료율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액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영/박상경/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