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네타냐후' 아이젠코트 돌풍…이스라엘 총선 최대 변수

입력 2026-07-21 08:26
수정 2026-07-21 08:34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부상은 장기 집권한 네타냐후 체제의 향방과 이스라엘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이젠코트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며 오는 10월 27일 총선에서 야권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30년 가까이 이스라엘 정치를 지배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쳤지만, 현재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로 아이젠코트가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6세인 아이젠코트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고 정부 부처를 이끌어본 경험도 없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정당 대표를 맡아본 적도 없는 정치 신인이었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를 앞서는 결과가 잇따르면서 장기 집권 체제를 끝낼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에서는 과거 이츠하크 라빈, 에후드 바라크, 아리엘 샤론 등 군 출신 인사들이 총리를 지냈고, 2019년에는 또 다른 전 참모총장인 베니 간츠가 네타냐후의 주요 경쟁자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아이젠코트가 현재와 같은 영향력을 확보한 것은 가까운 지인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레츠 군사전문기자 아모스 하렐은 "강한 카리스마나 뛰어난 연설 실력을 갖춘 인물은 아니지만 조용한 리더십과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는 선거 과정에서 아이젠코트를 극좌 성향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아랍계 세력과 손잡아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아이젠코트는 자신의 강경한 안보 이력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모로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남부 도시 에일랏에서 성장했으며 골라니 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냈다.

그는 군 지휘관 시절 적의 민간 기반 시설까지 압도적으로 공격하는 군사 교리를 설계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다만 참모총장 재임 기간에는 보다 제한적인 군사 전략을 선택했다. 그런데도 당시 구상은 이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강경 전술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젠코트는 2022년 총선을 앞두고 베니 간츠가 이끄는 정당에 합류했고, 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구성된 전시 비상 내각에서 정무 장관을 맡았다. 이는 지금까지 그의 유일한 고위 정부 경력이다.

그의 정치적 존재감은 개인적 비극을 계기로 더욱 커졌다. 예비군으로 참전했던 아들 갈이 2023년 12월 가자지구 전투에서 전사했고, 이어 두 명의 조카도 전투 중 숨졌다. 전국에 생중계된 장례식에서 아이젠코트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희생에 걸맞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이 모습은 많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는 전쟁 전략을 둘러싸고 네타냐후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인질 석방과 휴전을 맞바꾸는 협상이 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무산되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2024년 내각을 떠났다. 그는 이달 한 행사에서 "네타냐후 개인의 이해관계가 더 이상 국가 안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치분석가 달리아 샤인들린은 아이젠코트의 군 경력과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경험이 국민적 신뢰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네타냐후 정부는 연립여당 요구에 따라 초정통파 유대인의 병역 면제를 추진하면서 여론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두 아들이 10월 7일 이후 이어진 전쟁에서 예비군으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아이젠코트는 지난해 간츠와 결별한 뒤 의회를 떠나 중도 성향 신당 '야샤르(Yashar·곧음)'를 창당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20석 규모 크네세트에서 야샤르가 24석,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23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 적합도 조사에서도 아이젠코트가 꾸준히 네타냐후를 앞서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와 야이르 라피드 등 다른 야권 주자들의 존재감은 크게 약해졌다. 두 전직 총리가 지난 4월 말 정치적 연대를 추진한 이후 일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오히려 아이젠코트가 야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정치전략가 로니 리몬은 "반네타냐후 진영은 항상 그때그때 가장 승산이 높은 후보에게 힘을 실어왔다"며 "아이젠코트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이스라엘 유일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분열을 겪은 유권자들이 화려한 정치인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이젠코트는 가자지구나 이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약속하기보다 네타냐후 시대의 상처를 복구하고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겠다는 메시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초정통파 병역 의무, 10월 7일 공격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국가적 책임과 품격을 뜻하는 '맘라흐티우트' 회복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신중한 행보는 리쿠드를 떠난 보수층과 이른바 '온건 우파'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에 뿌리를 둔 미즈라히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총리 취임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에서는 반네타냐후 성향 유대계 정당들이 연합하더라도 과반인 61석 확보에 몇 석이 부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야권 지도자들은 약 1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랍계 정당과의 연립을 거부하고 있다.

아이젠코트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을 유대 민주국가로 인정하고 의무 군 복무 또는 국가복무 원칙을 수용하는 정당과만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부 아랍계 정당과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네타냐후는 최근에도 아이젠코트를 비롯한 군 출신 정치인들을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 한 패배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리쿠드는 "야샤르는 곧지 않다. 좌파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젠코트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강경한 안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66년 동안 한 번도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다른 인터뷰에서는 팔레스타인과의 분리 정책을 주장하며 요르단강 서안 합병에 반대했고, 정착촌 확대에도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 280만명을 이스라엘에 편입하는 것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경험은 아직 많지 않지만, 현지 정치권에서는 아이젠코트가 인터뷰와 공개 활동을 거치며 점차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레츠의 하렐은 "정치는 그의 천성이 아니지만 점차 역할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그는 자신에게 역사적 임무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