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보험 계약 기간이 짧아 해약환급금이 적거나 목돈 수요가 있어도 보험은 유지하고 싶어 하는 가입자가 약관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10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56조5852억원으로 전월(55조8872억원) 대비 6980억원 늘었다. 올해 1월 약관대출 잔액(54조6668억원)과 비교하면 5개월 새 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약관대출은 대부분 생보사를 통해 나갔다. 올 1월 40조153억원이던 5대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6월 41조9060억원으로 5개월 만에 1조890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손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14조6515억원에서 14조6792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보험사들은 4월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주문으로 약관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조정했다. 이 때문에 약관대출 증가세는 잠시 주춤했으나 한 달 뒤부터 다시 급증했다. 소강상태인 다른 업권의 대출 흐름과도 대조적이다. 지난달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의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전환했으나 보험사의 전월 대비 대출 증가 폭은 5월 9000억원에서 지난달 1조원으로 더 커졌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이달 9일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최근 보험계약대출 등 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보험, 여전,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가계대출 관리 노력을 한층 강화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약관대출 금리는 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은 연 3~5% 수준이다. 일부 고신용자를 제외하고 평균 금리가 연 5%가 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보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약관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은 예금액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금담보대출(연 3~4%) 정도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확산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관대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배경이다.
약관대출이 계속 증가하자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약관대출로 수요가 몰리면 한도 추가 축소를 포함한 약관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감독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미 올해 한 차례 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한 만큼 추가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의 한도를 더 조이면 가입자들이 무더기로 보험을 깰 수 있다”며 “무턱대고 약관대출 한도를 줄이기보다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하는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