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모델에 대한 국가들의 입장 변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경제학자의 관점까지 흔들어놓고 있다. 서구 경제학자 사이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에서는 자유시장 모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TV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 대해 “(중국의 영향을 고려할 때) 우리는 정말로 (자유무역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것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수입에 대한) 훨씬 더 개입적인 입장은 피하기 정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수마야 케인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와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무역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저서에서 유럽 자동차산업 몰락을 언급했다. “수입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제품에 한해 관세를 적용해서 중국의 강압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는 점을 이들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에 ‘국경’이 있다는 현실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때 자유시장경제 자체를 서구의 제3세계 착취 수단으로 간주하는 ‘종속이론’이 지배하던 개발도상국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극단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밀레이주의’를 내세운다. 그는 자신이 오스트리아학파와 가까운 자유지상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중앙은행을 폐지하겠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기존 좌파 포퓰리즘과의 결별을 강조하는 밀레이주의는 남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등에서 그와 비슷한 우파들이 지지를 얻어 당선되고 있다.
브라이언 윈터 아메리카스쿼털리 편집장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상징적인 지도자가 좌파 혁명가에서 우파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