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2.7조 빅딜…황금알 비만약 시장 진출

입력 2026-07-20 17:51
수정 2026-07-21 07:55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의 의약품 수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한다. 인수를 마무리하면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소재로 주목받는 펩타이드(아미노산을 짧게 연결한 물질) 분야에서 단숨에 글로벌 선두권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일 폴리펩타이드그룹 지분 100%를 14억6000만스위스프랑(약 2조7062억원)을 들여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역대 최대 해외 인수합병(M&A) 기록이다. 지주회사인 드라우프니르홀딩의 보유 주식 55.65%를 포함한 지분 전량을 오는 11월 30일까지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펩타이드 치료제 시장에서 미래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치료제 CDMO 시장 규모는 올해 55억2000만달러(약 8조2300억원)에서 2035년 291억4000만달러로 연평균 2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영업 거점도 크게 늘어난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미국과 프랑스, 인도 등 5개국에 펩타이드 치료제 생산 및 연구개발(R&D) 거점 여섯 곳을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및 R&D 거점은 인천 송도와 미국 록빌 등 두 곳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거점 확보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글로벌 CDMO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 넘어 펩타이드로…삼성바이오, 새 성장동력 확보
'비만약 대중화 시대' 겨냥…CDMO 포트폴리오 다변화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는 건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항체의약품 위주로 쏠려 있는 회사의 수탁개발생산(CDMO) 포트폴리오를 펩타이드로 다변화해 비만약의 대중화 수혜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업계의 핵심 성장 분야”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일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계획을 밝히며 “이번 인수는 회사가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회사는 “펩타이드는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며 “적용 분야 역시 대사질환에서 항암, 내분비질환, 희소 질환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2~50개 정도 짧게 사슬처럼 연결된 물질이다. 사람의 몸속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질병 치료제로 만든 게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생체 친화성과 표적 특이성이 뛰어나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도 펩타이드 의약품의 일종이다.

회사 측은 “대주주 지분 인수 및 공개매수를 통해 오는 연말까지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지분을 100% 확보해 인수를 최종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최대 주주를 포함해 다른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지분까지 오는 연말까지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공개 매수 가격은 1주당 44.31스위스프랑으로, 지난 17일 스위스증권거래소 종가(41.75스위스프랑)보다 0.7% 높다. 상장 법인의 경영권 프리미엄 거래 사례 등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수준의 가격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지분 다수를 확보한 뒤 스위스증권거래소에서 이 기업을 상장 폐지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 계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66.7%를 확보하지 못하면 응모 주식 전부를 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신성장 분야로 사업 분야 다각화공개 매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보유 주식을 전량 넘기기로 한 최대주주의 지분율(55.65%)을 고려하면 추가로 매수해야 하는 물량이 11.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최근 흑자 전환한 것도 호재다. 이 기업은 2023년과 2024년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869만유로(약 147억원)로 흑자를 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다만 순이익이 900만유로로 전년 동기(-2654만유로) 대비 흑자 전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펩타이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 수준의 CDMO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펩타이드 치료제 CDMO 기업으로는 폴리펩타이드그룹을 비롯해 독일 코든파마, 인도 피라말파마, 스위스 바켐 등이 있다. 전체 매출로 따지면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이들 기업 중 4위(지난해 기준)지만, 펩타이드 CDMO 매출만 보면 2~3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급성장하는 펩타이드 치료제 CDMO 시장에 진출해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복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탁생산 분야는 현재 항체의약품(항체의 면역력을 활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 대부분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과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생산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반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펩타이드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금까지 약 100개의 펩타이드 치료제를 승인했고,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임상시험 절차를 밟고 있다.

대금 마련 방안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개매수대금의 일부를 차입금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 동원력(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더한 금액)은 1조6204억원으로, 회사가 밝힌 인수 금액(약 2조7062억원)보다 약 1조1000억원 적다.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9488억원이다.

양병훈 기자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