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 끄떡없다…정유株 나홀로 '고공행진'

입력 2026-07-20 18:38
수정 2026-07-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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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우울한 장세 속에서도 정유주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대규모 어닝 서프라이즈가 확실시되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마진이 다시 벌어지며 하반기 이후까지 장기적인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2분기 깜짝 실적 가능성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1.24% 오른 14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을 반영한 7월 상승률은 37.8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3.12%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상승세다. 기관투자가는 이 기간에 26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과 GS도 이달 들어 각각 23.18%, 25.49% 올랐다. 두 회사는 정유 외에 배터리(SK이노베이션)와 유통(GS) 등 기타 사업도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순수 정유사인 에쓰오일에 비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증권가에선 2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등해 국내 정유사의 실적 전망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6월 휴전 논의로 배럴당 29달러까지 낮아진 복합정제마진은 7월 들어 양국 간 교전이 재개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하면서 7월 17일 기준 배럴당 48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재개와 바레인 밥코(BAPCO) 정유 설비 화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대형 정유공장 드론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의 디젤 수출 통제 등이 겹치며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부족이 심해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정유사가 2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204억원, 1조8091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13%, 21%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는 6월 말 기준 보유한 재고에 높은 공식판매가격(OSP)이 반영돼 재고 관련 손실 규모가 제한적이고, 윤활기유가 역대급 실적을 올려 컨센서스를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 업종 호황 장기화 가능성2분기 실적 발표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정유 업종의 호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제마진이 역사적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고, 윤활기유 시장의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고품질 윤활기유 시장의 약 10%를 공급하는 카타르 셸 GTL 공장은 이란 전쟁 피해로 내년 상반기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윤활기유 수출 평균 단가는 지난 3월 t당 932달러에서 6월 1862달러로 뛴 데 이어 7월 초에는 213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보다 느린 석유제품 공급 정상화 속도가 하반기 정제마진과 정유사 실적의 하방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며 “국내 정유사는 중질유와 잔사유를 경유나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제품 공급 부족에 따른 이익 레버리지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제 유가 급등을 보고 정유주를 성급하게 매수하기보다 시장 내 공급 현황을 살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를 넘어서는 유가 급등은 수요 파괴와 매크로 불안을 유발해 오히려 주가 상승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현재의 정제 설비 부족 국면에서는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원유를 싸게 사고 제품을 비싸게 파는 고마진 구조가 유지되는 것이 정유주의 중장기 실적에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