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팔리지 않은 의류와 신발의 폐기를 전면 금지하자 명품업계의 재고 관리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미판매 제품을 폐기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명품업계가 생산과 재고 운영 방식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이날부터 고객 반품 상품을 포함해 미판매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앞으로 명품 대기업들은 기부와 수선, 재사용 등 친환경적 방식으로 재고를 처리해야 한다. 건강과 안전에 해롭거나 위조품,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제품은 예외적으로 폐기가 허용된다.
이 같은 규제는 과잉 생산 방지와 폐기물 감축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제품을 폐기해 시장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관리해온 명품업계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섬유 제품의 4~9%가 사용되기 전 폐기된다.
FT는 “명품 브랜드들은 재고 보유 비용을 늘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의 할인 판매가 기존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번스타인은 “의류 브랜드는 시즌 종료 후 일정 수준의 재고를 남길 수밖에 없는 만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할인 판매를 운영하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는 명품 아울렛을 운영하는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재고 관리 시스템 도입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생산과 판매 계획을 정교하게 짜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