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지분 대거 늘린 한화그룹…경영권 인수 나서나

입력 2026-07-20 18:17
수정 2026-07-21 00:21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자 KAI 민영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KAI 지배구조를 놓고 한화그룹의 인수부터 공동경영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14일 KAI 주식 113만여 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8일 올 연말까지 5000억원 한도 내에서 KAI 주식을 사겠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이다. 한화그룹은 연말까지 추가 매수를 통해 KAI 지분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기준인 15%까지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의 지분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합 우주기업’을 꿈꾸는 김승연 한화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는 2018년 KAI 민영화 동력이 약해지자 보유 지분(5.9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후 8년 만인 올해 3월 KAI 지분 4.99%를 매입했다. 이후 두 달 뒤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공식화했다.

KAI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거론된다. 먼저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KAI 지분(26.41%)이 시장에 나오면 한화가 이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한화는 단숨에 KAI 최대주주에 오르며 항공우주산업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방위산업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정부가 전략산업인 KAI의 민영화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정책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수은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준만 한화가 인수할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가 일부 지분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충안이다. 에어버스, 탈레스처럼 정부가 전략 방산기업의 주요 주주로 남는 유럽식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은이 최대주주를 유지한 채 한화가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화는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KAI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인수 절차 없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독과점 우려도 줄일 수 있다. KAI 노동조합의 반발도 고려한 시나리오다.

어느 방향이라도 국내 방산업계에는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방산 기술을 갖춘 한화가 KAI의 완제기 개발 역량과 결합하면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은 “민간 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면 장기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송준영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