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20일 오후 3시 58분
외부 투자를 받았다가 거액의 개인 빚을 안고 경영권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주장이 벤처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장 자체가 충격적이어서만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어디까지 대표 등 ‘이해관계인’ 개인에게 물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벤처투자의 위험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어서다.
창작자 지식재산권(IP)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OGQ(오지큐)의 신철호 대표는 20일 한 인터뷰에서 “회사와 관련해 약 120억원(지연 손해금 포함)의 개인 채무를 지게 돼 개인파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7월 한 투자조합에서 90억여원을 투자받으며 체결한 계약의 한 조항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서에는 ‘투자대상회사(OGQ) 및/또는 이해관계인(신 대표)은 투자금을 특정 기업의 인수에 사용해야 하며,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후 약 1년 뒤 인수 협상은 결렬됐다.
계약 문언만 놓고 보면 OGQ가 투자금을 돌려주면 끝날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균등유상감자(주주에게 현금 등을 주고 주식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주주별로 감자비율을 달리 적용)를 일부 주주가 반대하면서 회사가 보관 중인 투자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OGQ의 주장이다.
투자조합은 2023년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조합 측은 “투자의 전제인 특정 기업 인수가 불발했으나 OGQ가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배경을 전했다. 1심 법원은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주체인 ‘투자대상 및/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조항을 OGQ와 신 대표가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로 해석했다. 따라서 OGQ가 반환하지 못할 경우 신 대표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신 대표 패소를 확정했다. 신 대표는 “보유 지분이 저가에 강제 매각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OGQ와 투자조합은 각자의 책임을 따졌고, 법원은 계약을 근거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판결 너머의 질문을 남겼다. 투자자가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부담시키는 걸 금지하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5년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계약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개인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올 4월 대법원은 스타트업이 회생에 들어가면 대표가 투자금을 갚으라는 계약을 지켜야 한다는 판결(어반베이스 사건)을 내렸다.
벤처 경영도, 투자도 본질은 고위험이다.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지금, 실패의 위험과 계약에 따른 책임을 어디까지 기업가 개인에게 물을 것인지는 벤처 생태계가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