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에 취하다간 네덜란드病"…새겨야 할 한은 경고

입력 2026-07-20 17:26
수정 2026-07-21 00:58
한국은행이 ‘네덜란드병’을 언급하며 반도체 편향 성장을 경계하고 나섰다. 네덜란드병이란 특정 산업 대성공이 그 분야로의 자원 집중을 불러 전체적인 국가 경제의 근육을 되레 약화시키는 역설을 일컫는다. 네덜란드 경제가 천연가스 유전 발굴로 반짝 호황을 보였지만 결국 그 분야를 제외한 전체 제조업은 침체하는 결과를 낳은 데서 유래한 용어다.

반도체 효과로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늘고 내수가 회복 중인 상황에서 나온 중앙은행 경고여서 더 주목된다. 한은은 “반도체 가격이 당장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경제 전반의 성장 기반 잠식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도체 부문의 높은 임금·수익성이 다른 부문의 인재와 투자까지 끌어당길 개연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K반도체 호황은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호황과 다른 점도 많아 위험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다. 네덜란드 가스산업은 ‘횡재’ 성격이지만 K반도체는 수십 년 축적한 기술자본과 기업가정신이 결합돼 성취한 값진 결과다. 네덜란드의 자원 발견은 화폐 강세를 불러 제조업 붕괴에 일조했지만 원화는 이례적인 약세 국면이라는 점도 분명한 차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투자가 천문학적 규모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여러 위험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필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만큼 반도체 산업의 낮은 생산·고용 유발효과 등에 대한 한은 지적은 특히나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30% 미만이던 정보기술(IT)제조업의 산업 내 비중이 51%까지 높아져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위험이다.

한은 보고서는 달아오른 추가 세수, 초과 이윤 배분 논쟁에도 시사점을 준다. 법인세·배당소득세가 단기 급증하는 경우에도 재정당국은 보수적·안정적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가 세수에 기댄 정부의 내년 슈퍼재정 선언과 배치된다. 안 그래도 팽창할 수밖에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인해 더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른바 ‘초과 이윤’을 미래를 위한 재투자에 우선 투입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