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장기화하면서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계열 저축은행까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손실 부담이 모회사인 대형 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으로도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용등급 하락이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회사 효과 못봐20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금융사는 총 10곳으로 집계됐다. 신용도 하락은 저축은행과 부동산 신탁사에 집중됐다. KB·IBK·NH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한국투자·한화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향후 건전성과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주요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계열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신용도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금융지주 계열사는 유사시 모회사의 자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신용도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이 장기화하면서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만으로 개별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상쇄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KB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1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연체율은 8.3%로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확대됐다.
부동산 신탁사도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교보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떨어졌다. 하나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 코리아신탁도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PF 부실, 충당금 넘어 신용도 훼손금융사 신용도 하락은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공사비 상승으로 멈춰 선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부실이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PF 사업장에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자금 회수가 막혀 연체율이 치솟았다. 건물 완공을 보증한 신탁사도 자체 자금을 동원해 남은 PF 빚을 떠안게 됐다. 저축은행과 신탁사가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게 신용평가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단순한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나 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신규 여신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취약 차주의 부실 가능성도 변수다. 한은이 최근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반면 증권사와 캐피털사, 부실채권(NPL) 투자사는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신용도를 끌어올렸다. 증권업계에선 키움·메리츠증권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올랐다. 우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됐다. 향후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캐피털 업권에선 MG·키움캐피탈의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로, 케이카캐피탈이 ‘BBB’에서 ‘BBB+’로 올랐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캐피털의 신용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피털사의 경우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으로 덩치를 키운 데다 기업금융(IB) 강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한 점이 주효했다. NPL 투자사인 대신에프앤아이와 키움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도 각각 ‘A+’와 ‘A’로 한 단계씩 상향됐다. 금융권 부실채권 매각 물량이 늘어나며 시장 규모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