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20일 오전 9시 21분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한국 로봇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국내 차량용 액추에이터 기업 퓨트로닉을 인수하면서다. 기존 오너와 공동 경영을 이어가며, 휴머노이드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블랙스톤, 오너와 공동경영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국내 차량용 액추에이터 기업 퓨트로닉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전날 밤 체결했다. 인수 및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가 맡았고 미래에셋증권이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기존 오너가 일부 지분을 남겨 공동경영을 이어가는 형태다. 퓨트로닉의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1993년 고진호 회장이 설립한 퓨트로닉은 국내 차량용 정밀 구동(액추에이터) 부품업체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벤츠, BMW, 벤틀리 등 유럽 완성차와 컨티넨탈, 보쉬 등 글로벌 부품사를 거래처로 두고 이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든다.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55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했다.
블랙스톤은 운용자산(AUM) 1조3000억달러(약 19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대체 자산 운용사 중 하나다. 국유진 대표가 이끄는 한국 사무소는 국내 중견·강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지원군을 자처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4년 절삭공구업체 제이제이툴스를, 지난해에는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를 인수했다. 모두 지분을 남긴 창업자와 공동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최근 블랙스톤은 로봇 가치사슬·첨단 제조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총괄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첨단 제조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퓨트로닉 투자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액추에이터 시장 연 14조로 성장퓨트로닉의 주력 제품인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물리적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구동장치다. 로봇에서는 관절마다 들어가 팔다리를 움직이고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 한 대당 평균 25~30개가 탑재되며 원가 비중이 높은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자동차용 액추에이터 역시 모터·감속기·제어기를 정밀하게 통합해 특정 부위를 구동시키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로봇용과 유사하다. 높은 회전력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차량 구동계 부품을 다뤄온 퓨트로닉이 이 기술력을 로봇 관절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대다수 기업이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 공급 계약을 따낸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구조여서, 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 시장 규모가 2024년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에서 2031년 98억6000만달러(약 14조7000억원)로 연평균 8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모든 로봇에는 액추에이터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 구동 부품 시장에서는 일본의 나브테스코(감속기), 스위스의 맥슨모터(액추에이터) 등이 강자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로보티즈가 액추에이터 제품화에 성공했다. LG전자, 현대모비스, HL만도, 삼성전기 등 대기업도 액추에이터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다은/서형교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