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한식 먹을 때마다 찾는다더니…백종원도 꽂혔다 [트렌드+]

입력 2026-07-20 21:00
수정 2026-07-20 22:30

식품기업들이 지역 특산품에 머물던 '전통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K뷰티와 K푸드에 이어 전통주를 새로운 K콘텐츠로 육성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전통주 키우는 식품 기업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주를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육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jari(자리)'를 선보였다. 첫 제품으로 국내 전통주 양조장과 협업한 '자리 문배술 24'와'자리 가무치 24'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충남 논산시에 구축한 전용 숙성시설에서 각 원액을 숙성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이 단순 제품 출시가 아닌 브랜드를 내세운 것은 전통주를 하나의 미식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역과 양조장마다 각기 다른 전통주의 특성을 브랜드 체계로 묶고 다이닝 경험을 결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판매 채널도 마트나 편의점 대신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향후 소비자 경험이 축적되면 다양한 유통 채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충남 예산군과 손잡고 지역 폐교를 활용한 전통주 체험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 시설 리모델링을 마무리하고 체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더본코리아는 단지 내 동선 설계와 운영 컨설팅, 제품 판매 노하우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자체가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 인력과 콘텐츠를 민간 기업이 보완하는 구조다.

체험단지는 전통주 제조와 시음 등 체험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막걸리 등 발효주뿐 아니라 증류식 소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소개하고, 외식사업과 연계한 미식 콘텐츠를 통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K푸드 다음은 K술…K웨이브 외연 넓힌다
전통주 시장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류산업정보에 따르면 2024년 전통주 출고액은 1374억원으로 전년(1475억원) 대비 6.9% 줄었다. 대면 모임이 축소한 코로나19 당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유일한 주종'으로 주목받으며 2022년 출고액이 1629억원으로 전년보다 73.1% 급증했으나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특수로 유입된 신규 수요를 반복 구매로 전환하지 못한 점을 성장 둔화의 배경으로 꼽는다.

그런데도 식품기업이 잇따라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확장성에 있다.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뿐 아니라 이와 함께 즐기는 주류 문화와 미식 경험 전반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추세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주 수출액은 4460만9000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에 K뷰티와 K푸드의 열풍을 주류로까지 확장해 K콘텐츠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CJ제일제당은 올가을 자리를 뉴욕 등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한국 증류주의 고유한 가치와 정서를 글로벌 미식 문화로 확장하겠다는 게 포인트. 더본코리아 역시 전통주 체험단지를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는 관광 인프라로 육성할 방침이다. 제품 시음이나 한식과의 페어링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확대해 이를 반복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계산이다.

대기업이 전통주 시장에 본격 진출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현재 전통주 시장은 중소 양조장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브랜드 경쟁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식품기업들은 브랜드 기획력과 마케팅, 해외 유통망 등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만 놓고 보면 전통주 시장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K푸드와 함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와 미식 콘텐츠를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