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불길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 리튬배터리를 탑재한 로봇 수백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로봇이 있는 5층으로 번질 경우 건물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20일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발생 현장 브리핑에서 "(물류센터)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대가 위치해 있다"며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연소가 급격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층에 있는 리튬배터리 규모는 전기차 약 20대 분량으로 추산됐다. 소방당국은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5층을 지키기 위해 대원들을 내부에 투입하고 있다. 고가사다리차 등 특수차량 31대도 건물 곳곳에 배치해 화세를 낮추고 있다.
또 열화상 드론을 활용해 내부 열 축적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연소가 심한 구역에는 소방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불이 차량 진출입로인 램프를 기준으로 6층 오른쪽 1번 구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7층과 6층 왼쪽 2번 구역으로 번진 것으로 파악했다.
화재가 난 6층의 바닥 면적은 2만8329㎡로 축구장 약 4배 규모다. 내부에는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는 데다 구조도 복잡하고 열이 축적돼 소방대원 진입과 연기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지난 18일부터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한 채 55시간 넘게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건물 규모가 크고 가연물이 많아 완전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국립소방연구원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하는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직원 등 121명은 스스로 대피했지만 진화 과정에서는 소방대원 2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탈진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 서구는 화재가 장시간 이어지자 전날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현장 반경 116m 이내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소방당국은 민간 기술사와 안전 전문가 등을 투입해 건물 붕괴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경보가 울리도록 붕괴경보기도 설치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