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살 물건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패션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옷을 구경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오는 추천 상품을 발견하면 그대로 결제까지 이어진다. 플랫폼이 추천하는 상품을 둘러보다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의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온라인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창'에서 '추천 화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명을 직접 입력해 최저가를 비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이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제시한 상품을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올해 3~5월 홈 화면 추천 영역에서 발생한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약 20% 증가했다. 추천 영역 거래액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홈 화면에 노출된 추천 상품의 클릭률도 60% 수준으로 집계됐다.
추천을 통한 소비는 패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5월 에이블리의 라이프 카테고리 클릭 수는 전년 동기보다 56% 늘었고, 식품 카테고리도 30% 증가했다. 옷을 사기 위해 앱에 들어온 소비자에게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다른 상품을 함께 보여주면서 구매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추천의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은 소비자가 플랫폼에 남긴 행동 데이터다. 검색어와 구매 기록뿐 아니라 어떤 상품을 오래 살펴봤는지, 무엇을 클릭하거나 찜했는지, 어떤 상품을 넘겨봤는지 등을 종합해 개인별로 다른 화면을 구성한다. 에이블리는 연간 약 1500억건의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추천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최근 열린 '2026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상품이 많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추천하느냐"라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이해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이용자의 행동 자체를 학습하는 '거대스타일모델(LSM)'도 개발하고 있다. 문장과 단어의 관계를 학습하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상품 조회와 클릭, 선호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파악한다는 구상이다.
추천형 쇼핑이 패션 플랫폼만의 전략은 아니다. 쿠팡은 AI 검색과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기 위해 상품 정보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상품명과 이미지, 상세 설명, 속성값 등이 판매자마다 제각각이면 AI가 같은 상품의 특징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엉뚱한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상품 정보 템플릿을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방대한 상품 데이터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표준화·분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성형 AI만 도입한다고 곧바로 검색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깔렸다. 상품의 크기와 용량, 색상, 소재, 기능 등 기본 정보부터 제대로 구분해야 AI가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쿠팡은 상품 데이터를 먼저 정제하고 고객별 검색 결과와 추천 상품을 달리 보여주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능도 늘고 있다. 긴 상품 설명을 핵심 내용 위주로 정리하는 '상품 한눈에 보기', 여러 리뷰에서 장단점을 추려 보여주는 '고객들은 이렇게 리뷰했어요' 기능이 대표적이다. 가전제품의 복잡한 규격과 성능은 이미지 형태의 인포그래픽으로 자동 변환해 비교하기 쉽게 보여준다.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는 데서 벗어나 AI가 상품 정보를 읽고 정리해 구매 판단을 돕는 것이다.
네이버도 별도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이용자가 상품을 둘러보고 발견할 수 있는 추천 화면을 강화하고 있다. 검색을 중심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쇼핑에서는 탐색과 추천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검색형 쇼핑은 소비자가 이미 원하는 상품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반면 추천형 쇼핑은 뚜렷한 구매 계획이 없는 이용자에게도 상품을 제시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패션에서 식품, 생활용품 등 다른 분야로 구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추천 상품이 반복되거나 광고성 상품이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 이용자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예상 밖의 상품을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것이 플랫폼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라며 "가격과 배송 속도에 이어 취향을 먼저 알아채는 능력이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