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80년간 정예 장교를 길러낸 세 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하루아침에 짓밟으려는 국방부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폐교·통합 강행 방침을 즉각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총동창회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국방부는 인구절벽, 미래전 양상 변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동성 부족을 통합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모두 사관학교를 없앨 이유가 아니라 더욱 충실히 유지해야 할 이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병력이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정예 장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합동성은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임관 이후 보수교육과 인사 운영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의 정체성을 말살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총동창회는 "'화랑대'를 떠난 육군사관학교는 호국정신이 없는 육사가 되고, 이순신의 '옥포만'을 등진 해군사관학교는 바다가 없는 해사가 되며, '성무대'를 떠나는 공군사관학교는 활주로가 없는 공사가 된다"며 "3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캠퍼스에 몰아넣는 순간 남는 것은 교육의 하향평준화뿐"이라고 말했다.
예산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발표가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총동창회는 "국방부는 신축 캠퍼스 건설과 관련 부대의 동시다발적 재배치에 소요될 예산 규모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며 "세부 계획은 10월에야 나온다면서 창설 방침만 먼저 발표하는 것은 결론부터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백지수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을 눈앞에 두고 전력 증강이 아니라 사관학교 교육체계 해체에 올인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세계 역사를 통틀어 안보에 두 번의 기회를 허용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군사관학교 창설 계획 전면 철회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사퇴 등을 촉구했다.
생도 학부모들도 통합 중단을 촉구했다. 육사 학부모들은 입장문에서 "생도의 명예를 짓밟지 말고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졸속 통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공군사관학교 학부모회는 "공군사관학교는 수많은 인재가 배우고 익혀 국가와 조국에 바쳐 온 대한민국 공군 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이라며 "단지 규모의 경제 논리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군사관학교 학부모회도 "사관학교가 통합되면 해군 특성의 전문교육 시간이 줄어 바다를 모르는 해군 장교를 배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졸속 통합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폐교하고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운대는 대전 유성구 자운동 일대의 육·해·공군대학과 합동군사대학,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군 교육시설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구체적인 선발 방식과 시기 등 세부 계획은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오는 10월 공개할 예정이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