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행동주의 펀드 공세 내몰린 클라우드 업체 가비아 공개매수

입력 2026-07-20 16:42
이 기사는 07월 20일 16: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주계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이 클라우드 기업 가비아를 공개매수한다. 최근 1년여간 얼라인파트너스, 미리캐피털 등 주주 관여 펀드들의 표적이 됐던 가비아의 최대주주 측 ‘백기사’로 등판했다.

맥쿼리 사모투자(PE) 부문의 특수목적법인(SPC)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가비아 발행주식의 최대 73.1%를 주당 4만80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20일 공시했다. 맥쿼리는 6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공개매수에만 최대 4700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수가 최소 수량(지분율 24.3%)에 미달하면 1주도 매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개매수가 4만8000원은 2005년 가비아 상장 이래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주가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16일 종가(3만3900원)보다 41.6% 높다. 최근 12개월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6.9배에 달한다. 이에 가비아 주가도 20일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29.94%)까지 뛰며 4만4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맥쿼리는 공개매수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김홍국·원종홍 대표이사, 전정완 부사장 등 기존 최대주주 측 지분 24.4%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했다. 공개매수 절차를 통해 가비아 지분을 최대한 확보한 뒤 비상장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맥쿼리가 가비아 인수에 투입하는 총금액은 약 6300억원으로 추산된다.

거래구조를 보면 맥쿼리가 김홍국 대표 측 백기사(우호 세력)로 등판하는 정황이 뚜렷하다. 김 대표 등은 지분 매각대금 중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에 재투자한다. 가비아의 모회사가 되는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다시 가비아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다.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들은 가비아의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며,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 이사회에도 진입한다.

김 대표는 토종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지분 14.3%)와 미국계 투자사 미리캐피털(24.2%)의 기업가치 제고 요구에 직면해 있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보통결의 사항인 이사 선임 안건에서 얼라인에 완전히 밀리며 사실상 지배권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에 사업적 파트너 관계였던 맥쿼리와 손을 잡기로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자리를 하나둘 내주기 전에 경영권을 매각해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이번 거래는 행동주의펀드의 공개 캠페인이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3년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소수지분을 확보하고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창업자인 최규옥 회장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UCK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얼라인의 타깃이었던 SM엔터테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하며 지배구조가 대대적으로 변화했다.

맥쿼리는 “기존 경영진의 경영 역량을 신뢰한다”며 “공개매수와 상장폐지가 모든 주주에게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얼라인은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에 의해 비상장사로 전환되는 거래라 구조적 이해 상충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얼라인은 가비아 이사회가 최대 가격을 받기 위해 다른 잠재 인수 후보까지 적극적으로 탐색했는지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독립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견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