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차세대 반도체 배선 '위상금속' 성능 첫 입증

입력 2026-07-20 10:16

가천대학교와 미국 코넬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차세대 반도체 배선(인터커넥션) 소재로 주목받는 위상금속 '나이오븀 아세나이드(NbAs)'의 우수한 전기적 성능을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 반도체 미세화로 한계에 직면한 구리(Cu) 배선을 대체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가천대는 반도체공학과 진강태 교수와 미국 코넬대 예련 천(Yeryun Cheon) 연구원, 주디 차(Judy J. Cha)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고 20일 밝혔다.

제1저자는 천 연구원, 교신저자는 차 교수다. 반도체 칩 내부에서는 수많은 회로를 연결하는 금속 배선이 필수적이다. 현재는 구리가 표준 소재로 쓰이지만, 공정이 미세화돼 배선 폭이 수십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줄어들면 전자 산란이 늘어나 저항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전력 손실과 신호 지연을 유발해 차세대 반도체 성능 향상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기계적 나노몰딩(Thermomechanical Nanomolding) 공정을 적용, 직경 약 40나노미터의 단결정 NbAs 나노와이어를 제작하고 전기적 특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NbAs 나노와이어는 상온에서 9.7±1.6μΩ·cm의 낮은 저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소재의 벌크(덩어리) 상태보다 3~4배 낮은 수치다.

연구팀은 위상금속 고유의 표면 상태(surface state)가 1차원 나노 구조에서 한층 강해지면서 전자의 산란이 줄고 수명이 길어져 저항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표면 주도 전하 수송(surface-dominated charge transport)' 현상이 극대화됐다는 설명이다.

전류를 견디는 성능도 뛰어났다. NbAs 나노와이어는 높은 전류밀도와 우수한 열전도도를 동시에 나타내 전기적·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지금까지 보고된 위상금속 기반 나노배선 가운데 가장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보였으며, 나노 크기에서는 기존 구리 배선보다 낮은 저항률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구리 배선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배선 소재와 전도 원리를 실험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구현을 위한 차세대 배선 기술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강태 가천대 교수는 "구리 기반 배선 기술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위상금속 배선의 새로운 전도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며 "미래 반도체 인터커넥션 기술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