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건전성부담금처럼…고액 주담대 '준조세' 도입론

입력 2026-07-20 14:05
수정 2026-07-20 14:17

고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차주에게 이자와 별도로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이 부동산 금융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주담대를 빌리는 비용을 높여 가계대출과 고가주택 수요를 억제하려는 취지다. 오는 23일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 대출 비용을 높여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제시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부과 방안을 향후 가계부채 관리정책을 마련할 때 참고 의견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제안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계대출 규제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융회사별 대출 총량관리처럼 빌릴 수 있는 돈의 '양'을 제한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대출 자체를 막기보다 일정 기준을 넘는 대출에 추가 비용을 붙이는 '가격 규제'에 가깝다.

앞선 토론회에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부과 방안을 제안한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주택을 사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익이 대출 비용보다 크면 대출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며 "한국은행이 부동산 시장만 보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는 만큼 주택대출에 별도 비용을 부과하는 수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와 상관없이 특정 주택대출의 실질적인 조달 비용만 높이는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 총량 아닌 위험으로 계산이 같은 접근법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11년 도입된 외환건전성부담금도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키우는 차입에 추가 비용을 부과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화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해외 금융회사나 채권시장에서 외화를 빌릴 때, 만기가 짧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외화차입을 금지하거나 총량을 일률적으로 묶지 않되 단기 외화자금을 많이 끌어올수록 조달 비용이 커지도록 설계했다. 법적으로는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이지만,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납부한다는 점에서 준조세 성격을 지닌다. 부담금 수입은 외국환평형기금에 귀속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 부과 기준이 관건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같은 원리를 국내 가계대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개별 차주의 고액 차입이 가계부채와 집값에 미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당 차주에게 부담시키자는 취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원론적인 공감을 나타냈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사용하고 통화정책이 보완적인 역할을 하면 서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부담금을 부과할 대출 규모와 주택가격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에 부담금을 매기면 은행이 이를 전체 대출의 가산금리에 녹여 고가주택과 무관한 차주에게까지 전가할 수 있다"며 "고가주택 수요를 줄이려면 해당 주택을 사는 차주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박시온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