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시간 남짓 잠을 적게 자는 '가벼운 수면 부족'이 비만의 또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연구에선 6주간 잠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체중이 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오랜 기간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내과학연보에 공개했다.
이들은 잠을 잘 자는 게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매일 7~8시간 잠을 자는 성인 95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6주간 취침 시간을 평소보다 90분 늦췄다가 이후 6주 동안 다시 평소처럼 잠에 들도록 한 뒤 체중, 허리둘레, 체성분, 호르몬 수치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수면양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스마트워치 같은 모니터링 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면 시간을 줄인 기간 이들은 하루 평균 78.4분을 덜 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체중은 0.45㎏ 늘었고 허리 둘레는 0.52㎝ 증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마리 피에르 세인트 온지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는 "충분한 수면이 체중 증가와 심장병, 당뇨병 등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비만을 막기 위해 건강한 식단과 신체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단순한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수면 부족이 비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심각한 수면 부족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일부 연구는 4시간 잠을 자는 그룹과 정상 그룹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극단적인 수면 부족이 식욕을 높여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일반적 상황에도 영향을 주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엔 한계가 컸다는 것이다.
성인의 30%정도가 매일 평균 5~6시간가량 잠을 자는 가벼운 수면 부족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잠을 적게 잘 때의 수면양과 비슷한 상태다.
파리스 주라이캇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인이 만성적으로 경험하는 수면 패턴을 반영하도록 설계했다"며 "6주간 0.5㎏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지만 수면 습관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벼운 수면 부족으로도 체중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선 수면양을 줄이면 활동량이 줄어든다는 것도 확인했다. 수면 시간을 줄이는 동안 참가자들이 앉아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17.2분가량 늘었다. 남성과 폐경 후 여성은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30분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라이캇 교수는 "잠을 줄여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졌는 데도 참가자들은 충분히 잠을 잘 때보다 활동량이 줄었다"며 "활동량이 줄면 만성질환이 생길 위험은 높아진다"고 했다.
대사 질환 위험이 높은 여성 그룹에선 수면양을 줄인 6주간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다. 이런 경향은 폐경 후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확인됐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 심장 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들에게선 수면 시간을 줄이자 염증 세포가 증가했다.
세인트 온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 부족이 당뇨병, 심장병 등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매일 충분히 잠을 못자는 사람들은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게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