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머드로 K뷰티 시장 바늘 꽂은 태광그룹 "美서 승부 보겠다" [장서우의 하입:hype]

입력 2026-07-20 07:00
수정 2026-07-20 07:10

뷰티 산업은 태광그룹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의 주요 축이다. 모기업인 태광산업이 애경산업과 동성제약을 연달아 인수한 데 이어 자체 코스메틱 계열사 ‘실’(SIL)도 세웠다. 실이 지난달 런칭한 브랜드 ‘사핀’(Safin)은 해조류, 해양심층수 등 바다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를 내세운 고기능 스킨케어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경쟁이 치열한 K뷰티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내놓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김진숙 실 대표(사진)는 20일 서울 새문안로 본사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K뷰티 시장에선 이미 3만5000여 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바늘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은 있다고 봤다”며 “애경산업이 색조(메이크업)에 강하다면, 실은 30~40대 이상 고객의 생애주기에 딱 들어맞는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스킨케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핀의 모든 제품에는 특허 성분 ‘리버스마린™’이 함유돼 있다. 남해산 켈프(다시마류의 대형 해조류), 고성산 해양심층수, 신안산 씨실트(머드) 등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만든 천연 원료다. 실이 원료 회사와 협력해 독자 개발했다. 스킨케어 제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을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해양심층수로 채워 피부 본연의 회복력과 재생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김 대표는 “해양 원료를 활용한 K뷰티 제품이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브랜드 컨셉 전반에 활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땅에서 나는 식물에 기반한 ‘클린뷰티’가 글로벌 패러다임을 형성한 반면, ‘마린뷰티’는 비교적 비어 있던 영역”이라고 했다. 사핀은 부위별 집중 케어가 가능한 패치의 모양을 조개·고둥·불가사리 등 해양 생물을 본떠 만드는 등 바다가 주는 이미지를 제품 전반에 반영했다.

사핀은 K뷰티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에서 마케팅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에 역으로 제품의 ‘진정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뷰티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며 “다른 제품들과 같은 공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으로는 고객을 쉽게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효능과 고감도의 브랜드 경험이 결합된 ‘백투베이직’(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간다)을 주된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은 당분간 사핀이 K뷰티 시장에 안착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토너, 앰플, 크림, 패치, 선케어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연내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1~2개 카테고리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피부 고민 해결을 목표로 다각도의 접근에 기반한 뷰티 솔루션을 제안할 것”이라며 “‘뷰티테크’ 분야 진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유통망 확대도 주요 과제다. 김 대표는 “모든 K뷰티 브랜드 빌더들은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K뷰티의 미국 시장 침투율은 아직 2.5~3%에 불과한데,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채널 활성화로 유통의 허들이 사실상 사라져 진출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중국, 일본 등 뷰티 수요가 큰 국가에도 점진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자사몰,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또 다른 이커머스 채널을 비롯해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매장 입점도 추진한다.

2023년 태광그룹에 합류한 김 대표는 뷰티 전문가는 아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포함해 커니, 부즈앨런해밀턴, 딜로이트 등 글로벌 컨설팅사에 오래 몸담았다. 주요 경력이 신사업 발굴·투자·추진과 경영 컨설팅에 집중돼 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등 화장품 관련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리더들이 K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최근의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화장품 자체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여러 단계의 밸류체인 간 오케스트레이션(조직화)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라며 “비(非)전문가의 시장 진입과 성공이 가능해진 이유”라고 했다.

뷰티 사업은 태광그룹이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사업의 축을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룹의 모태인 섬유·화학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여서다. 김 대표는 “폭발적인 수요로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브랜드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