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 신호, 대만 공급망을 보라"

입력 2026-08-05 06:00
수정 2026-08-05 09:08
[커버스토리] 반도체, 정점을 묻다 -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반도체 피크아웃을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공급 병목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7월 8일, 노 센터장을 만났다. 이날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노 센터장은 현재의 변동성 장세에 대해 “조정은 오겠지만 업황이 꺾인 것은 아니다”며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 최근 반도체주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흔들리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미 큰 수익을 거뒀고, 자연스럽게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만 부정적인 명분이 생겨도 ‘심리적 불안’이 커지는 것입니다. 다른 업종은 안 오르고 반도체, 그것도 메모리 반도체만 강하게 상승했기 때문이죠. 최근 시장에서 나오는 여러 우려는 본질적인 업황 변화는 아닌, 단기적인 노이즈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이제는 ‘난기류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3분기부터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영업이익 증가 폭이 둔화되고, 약 1년 뒤 메모리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 증가 폭이 둔화될 때 주가가 빠졌습니다.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메모리 가격이 과거처럼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과거 패턴 때문에 주가는 요동치겠지만, 실제 팩트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 다시 복원되거나 추가 상승할 겁니다.”



- 과거와 다르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계약 방식이 LTA로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도 LTA가 있었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단위였습니다. 지금은 기존 계약보다 높은 수준에서 3~5년씩 장기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물량만 확보하는 게 아니라 선수금을 미리 받아 중도 취소나 수량 축소 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패널티 조항이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하이퍼스케일러 구매 담당자들에게 직접 납품을 했고, 이 구조에서 강력한 갑을 관계로 메모리 단가가 상당히 낮았죠. 지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소캠(SOCAMM)은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엔비디아가 가속기 플랫폼을 만든 뒤 빅테크에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가격 협상 구조에서 완충지대가 생긴 셈입니다. 공급 역시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입니다. 공장을 짓고 증설해도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2028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2028년을 정점으로 2029년 이익이 둔화되지만, 그 이후에도 실적이 갑자기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신규 공장 증설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이익이 늘어난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산업의 수요와 공급 구도 자체가 반도체 업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수요 면에서는 데이터센터 투자 주체들이 다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구글이 유상증자를 했고, 스페이스X도 상장으로 자금조달을 했죠. 스페이스X는 xAI와 사실상 같이 움직이는데, xAI도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도 상장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데이터센터를 빌려 썼다면 앞으로는 500억 달러 정도 규모로 직접 투자에 나섭니다. 연말에 오픈AI까지 상장하면,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기업들이 전부 증자 또는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확충하게 되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IPO 단계에서 이 기업들에 지분 투자를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투자의 약 80%가 반도체에 투입됩니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곳들에 돈이 생겼다는 건, 반도체를 구매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공급 면에서는, 신규로 D램 공장을 짓지만, 글로벌하게 반도체 장비가 병목입니다. TSMC도 올해 약 560억 달러를 투자하고, 주요 메모리 회사들도 동시다발적으로 투자합니다. 수요처는 현금을 확보한 반면, 공급 면에선 장비 부족으로 생산능력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는 거죠. 이 장비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이어질 걸로 봅니다.”



-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고, 주가가 선행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이미 실적이 주가에 다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반도체가 시클리컬한 산업은 맞습니다. 이번엔 장기 계약이 많고 업턴 사이클이 과거보다 길게 갑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좋아져서 올해, 내년까지 3년 반 가는 사이클입니다. 시장이 미래를 얼마나 선반영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경험상 주가가 2년 뒤를 선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1년 정도는 선행하는데, 2년 이상은 신의 영역입니다. 실적 가시성이 있는데 밸류에이션은 낮은 산업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습니다. 현시점에서는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합니다.”

-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 충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하이퍼스케일러 중 자금난을 겪는 곳은 없습니다. 5대 사업자 중 오라클도, 메타도 문제 될 일은 없죠. 다 흑자가 납니다.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쪽 중 적자를 내는 오픈AI와 xAI는 최근 자금조달을 마쳤습니다. 오픈AI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제일 큰데, 연말에 IPO를 하면 3년은 버티지 않을까 합니다. 3년 뒤에는 모르겠지만, 당장 위기를 맞는다고 보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죠. 올 3월에만 1100억 달러가 투자됐는데, 정말 망할 것 같은 사업이라면 엔비디아와 아마존이 거액을 투자했을까요. 펀더먼털 없이 주가만 오르면 문제지만,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버블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 AI 밸류체인에서 반도체 병목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까.

“생성형 AI 시대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가장 중요한 병목이었습니다. 지금은 에이전틱(Agentic) AI로 국면이 넘어가는 중입니다. AI가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사람의 업무와 서비스를 대신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로 가는 변곡점이에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약 4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PU가 늘어나면 이에 연동되는 D램도 4배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급등했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D램 중에서도 서버 D램 시장이 크게 성장합니다. 또 데이터센터용 모바일 D램, 소캠 수요도 새롭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모바일 D램을 서버 CPU에 연동을 시킵니다. 2027년이면 전체 모바일 D램의 40%까지 데이터센터용 모바일 D램이 쓰일 전망입니다. 이 두 제품 이외에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연쇄적으로 상당한 수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반도체 피크아웃'은 언제쯤으로 예상하십니까. 2028년이 정점이라면, 주식 시장은 언제부터 이를 선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십니까.

“2029년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가는 2028년 2분기 또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 변수가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루빈 울트라'입니다. ‘루빈’의 다음 버전으로, 2028년 초 출시가 예상됩니다. 이 차세대 플랫폼이 시장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면 반도체 사이클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루빈 울트라’는 HBM 탑재량이 약 4배 늘어납니다. HBM 수요가 급증하면 생산능력이 HBM으로 집중되면서 일반 메모리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고,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 시나리오라면 피크아웃은 안 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제품으로 끝난다면 현재 전망대로 2028년이 실적 정점일 겁니다.”



- AI 단계로 보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추론 AI 시대의 핵심은 CPU입니다. CPU를 중심으로 서버 D램과 일반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HBM은 AI를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메모리입니다. 물론 학습과 추론을 완전히 분리해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학습이 있어야 좋은 추론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큰 흐름으로 보면 학습 중심 시대는 HBM이 주도했다면, 추론 중심 시대는 CPU와 서버 D램이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AI 산업은 이미 추론 중심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AI가 사람의 업무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러한 추론 중심의 흐름은 향후 10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메모리 3사 가운데 최선호주는 무엇입니까.

“세 회사 모두 큰 틀에서는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삼성전자는 생산능력(CAPA)에서 강점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HBM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시장점유율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밸류에이션 매력을 중시한다면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입니다. 반면 메모리 업황에 보다 직접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메모리 사업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적합할 수 있습니다.”

- 투자자들이 반도체 피크아웃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신호가 있을까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를 확 줄이는 겁니다. 다만 일반 투자자가 이런 변화를 포착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투자 축소는 대만의 서버 공급망을 통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버 생산이 대부분 대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지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죠. 영업이익률 같은 재무 지표는 참고할 수는 있지만, 선행지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센터 투자에 선행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에이스피드(ASPEED) 등 AI 서버 관련 부품 업체들의 매출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두세 달 뒤 데이터센터 투자도 약해질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또는 TSMC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중요한 선행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 금리 변수는 어떻게 보나요.

“미국이 금리를 많이 올릴 상황은 아닙니다. 물가도 유가도 잡히는 흐름입니다. 크게 올리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 수요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베이비 스텝 수준이면 영향이 없고, 빅 스텝 이상으로 인상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가 꺾인다면 AI 산업의 다음 병목은 어디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십니까.

“메모리 병목이 해소됐다는 것은 결국 메모리 공급이 충분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에서는 광트랜시버, 광학 컴퍼넌트 등이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저는 병목이 어디로 이동하느냐보다 수요가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AI 투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병목은 메모리에서 다른 부품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꺾였다는 것은 AI 투자 자체가 둔화됐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다른 부품 역시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태지만, 수요가 갑자기 둔화되면 타이트했던 공급 구조도 순식간에 공급 과잉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면 현재 낮은 밸류에이션도 급격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실적이 좋아 PER이 낮게 보이지만, 이익이 급감하면 같은 주가에서도 PER이 급등하게 됩니다. 그런 국면이라면 버블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 하이퍼스케일러 중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알파벳(구글)이라고 봅니다.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텐서처리장치(TPU)를 직접 만들 만큼 반도체 기술이 좋습니다. 둘째, 거대언어모델(LLM)도 잘합니다. 셋째, 데이터센터도 막강합니다. 이 세 가지를 다 갖춘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 AI 생태계에서 지금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꼽으시겠어요.

“구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TSMC입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약 90%로 너무 커서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고요. 다만 데이터센터 매출이 60%인 회사들도 수요가 줄면 무너지긴 마찬가지입니다.”

- 지금 흔들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투자에는 자신의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주가가 많이 오른 뒤 추격 매수에 나선 경우가 많습니다. SK하이닉스는 10만 원대에서 2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올라온 상태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겁니다. 급격히 오르기 전에 투자한 사람들은 하나도 안 불안해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모두가 좋다고 말하기 전에 사야 마음이 편합니다. 주식은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결국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그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생활까지 흔들린다면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지금도 반도체 업황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판단합니다. 사이클도 2028년까지 보는 상황이니, 설령 피크아웃이 오더라도 2026년에 미리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각오 없이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코스피 전체 상승률과 비교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